경기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리조트에 있는 방주교회.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지어졌다. /아일랜드리조트 제공
경기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리조트에 있는 방주교회.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지어졌다. /아일랜드리조트 제공
위기 극복의 구심점 된 아일랜드CC의 골프장 교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 아일랜드리조트. 총 길이 11.2㎞의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 남쪽에 있는 리조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대한 타원형 지붕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전체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를 본따 지은 ‘방주교회’다.

김장환 목사
김장환 목사
자연주의 건축가인 고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1937~2011)가 설계한 이 교회는 허름하고 작은 컨테이너 예배당으로 시작했다. 교회를 설립한 2012년은 아일랜드리조트가 대기업과의 법정분쟁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던 시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권오영 아일랜드리조트 회장은 작은 컨테이너 교회에 임직원과 인근 주민들을 모아 매주 예배를 보기 시작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이자 극동방송 회장인 김장환 목사(82·사진)와 인연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김 목사는 보잘것 없는 컨테이너 교회를 찾아 지역주민과 직원들을 위한 예배를 주관하고 피아노를 기증하는 등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다. 지금도 매달 한 번씩 김 목사가 예배를 주관해 ‘골프장 내 예배당’이란 특색과 더불어 안산과 대부도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6일 방주교회에서 성찬식을 주관한 김 목사는 “이곳은 지난 5년간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고난은 곧 축복’이라는 하나님의 가르침이 실현된 장소”라며 “살아가면서 누구나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지만 결국 고난과 시련 모두 인생을 의미 있게 가꿔주는 자양분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방주교회는 아일랜드리조트가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서도 직원과 지역 주민을 하나로 묶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그 뒤엔 항상 김 목사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이 뒤따랐다. 그는 바닥까지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깜짝 바베큐 파티와 특별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입사 5년차인 백미선 매니저(35)는 “김장환 목사님과 방주교회는 회사가 위기 속에 있을 때에도 직원들이 결속을 다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존재로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설명했다. 매주 수요일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예배는 종교를 떠나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정신 수양의 기회로 삼는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임직원 모두가 교회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려는 모습을 보고 성직자로서 해야 할 소임을 다 했을 뿐”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직원들이 대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리조트는 법정관리 1년 만인 지난해 경영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법정관리 당시 200여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던 아일랜드리조트는 지난해 자본금 869억원에 당기순이익 6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국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최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아일랜드리조트는 앞으로 교회를 지역주민은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 명소로 가꿀 계획이다. 작은 음악회, 뮤지컬 등 문화·예술 공연도 준비 중이다. 권오영 회장은 “숱한 역경을 딛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 목사님의 은혜와 은덕,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 준 교회의 역할이 컸다”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교회를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