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허리 뻐근해 물리치료 받고 있다"
"공항에서 다친 것은 이미 다 털어버린 일"


"그동안 우울했던 기분이 확 살아났어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동부 사막도시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 나타난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표정이 밝았다.

이곳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하는 전인지는 29일 18홀 라운드에 이어 이날도 9홀 실전 라운드를 치렀다.

전인지가 필드에 나선 것은 지난 달 28일 혼다 타일랜드 최종 라운드 이후 한 달여만이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가방에 부딪혀 넘어진 바람에 허리를 다친 전인지는 3개 대회를 건너뛰며 치료와 재활에 매달려왔다.

지난주부터 통증이 사라지면서 다시 골프채를 잡은 전인지는 23일 미국으로 건너와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착수한 끝에 마침내 실전 연습까지 나섰다.

퍼팅과 쇼트게임 위주로 연습하다 사흘 전부터 연습장에서 치는 볼을 200개 정도로 늘렸다.

전인지는 "모처럼 잔디를 밟으니 너무 좋다"면서 "집과 병원, 연습장만 있을 때는 많이 울적했는데 기분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따뜻한 햇볕과 싱그러운 잔디 냄새, 그리고 떠들썩한 대회 분위기가 그리웠다는 얘기다.

전인지는 "동료 선수들이 다들 '잘 돌아왔다'고 반겨주더라"면서 '일터'로 돌아온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 상태와 샷은 아직 85% 정도 올라왔을 뿐이라고 전인지는 털어놨다.

"아직도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 왔다 갔다 한다"는 전인지는 "지금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이날도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서둘러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그래도 "그제보다 어제, 어제보다 오늘이 낫다"면서 "내일, 모레,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인지는 낙관했다.

이번 대회 전망도 조심스럽다.

"원래 메이저대회라면 톱10 입상을 목표로 삼는데 이번 대회는 워낙 오랜만에 나온 대회라 어떨 지 모르겠다"는 전인지는 "우선 필드에 복귀해서 경기에 참가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맙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곳은 내 장점이 통하는 코스"라면서 "내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경기를 펼쳐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투지도 내비쳤다.

전인지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그린 플레이 빼고는 거의 완벽한 경기를 펼쳤고 겨울 전지훈련 때도 이 대회 코스에서 연습 라운드를 돌며 코스와 궁합을 확인했다.

변별력이 높은 코스일수록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전인지는 난도 높은 코스를 선호한다.

전인지는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쉬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내 스윙은 점검하고 다시 만드는 계기도 되지 않았냐"면서 뒤처진 올림픽 티켓 경쟁이나 신인왕 레이스에 대해 "조바심 낼 일 아니다"라면서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공항에서 다친 사건은 이미 다 털어버린 일"이라면서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랜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