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는 먼저 돌을 놓는 흑을 잡았을 때 더 '인간과 다른' 수를 보여준다는 견해가 나왔다.

13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4국의 현장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알파고가 흑을 가졌을 때 놀라운 수가 일찍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9단은 "이세돌 9단은 가장 창의적인 기사로 꼽힌다. 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둑을 터득한 알파고는 기존과 다르지 않은 바둑을 둘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알파고가 흑일 때는 알파고의 창의성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알파고는 흑을, 이세돌 9단은 백을 잡았다.

제4국 초반은 '제2국 따라하기'로 시작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11수까지 2국과 똑같은 수순으로 판을 짰다.

이세돌 9단이 먼저 흐름을 비틀었다.

이세돌 9단은 백 12수를 2국 12수보다 한 칸 중앙쪽으로 붙여 뒀다.

그러자 알파고는 흑 13수를 하변 중앙에 놓으며 변화를 줬다.

알파고는 2국에서는 13수를 상변 중앙으로 뺀 바 있다.

송 9단은 "이제 완전히 다른 바둑이 됐다"며 "2국에서 진 이세돌 9단으로서는 똑같이 두면 또 진다.

이제 정면승부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흐름 속에서 알파고는 좌하에 둔 23수 등 '인간이라면 두지 않을' 수를 선보였다.

알파고는 1∼3국에서도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는 수를 두고도 이세돌 9단을 이겨 바둑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초중반 흐름을 지켜본 송 9단은 "인간의 공식이 있는데, 알파고는 다르다"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이런 수에 놀라워했지만, 이제는 이런 알파고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도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켜봤다.

중반 들어 좌변에서 상변까지 돌을 이은 알파고와 흑 진영에 침투한 이세돌 9단의 전투가 시작한 이후 이세돌 9단은 중앙에 돌을 버리면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송 9단은 "이세돌 9단이 46수에 공격도 수비도 아닌 다른 곳에 돌을 놓았다. 수비를 해야 하는데 돌을 내던진 것"이라며 "공격과 수비가 정해져있지 않다"고 상황이 알 수 없게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