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헤드 페이스 과감하게 열고 감속하지 말고 풀 스윙…굽힌 무릎 움직이지 마라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등 해외 투어 무대에서 15승을 합작한 한국 선수들의 비기(秘技)는 뭘까. 짧지만 정교한 드라이버와 아이언, 거리를 가리지 않고 홀컵을 찾아 들어가는 컴퓨터 퍼팅이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통계로 볼 때 가장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분야는 벙커샷이다. 벙커샷은 골프의 ‘트러블 샷’ 기술에서도 핵심 기술로 꼽힌다.

LPGA에 따르면 벙커샷 능력을 나타내는 샌드 세이브율 지난 시즌 1위는 뉴질랜드 동포인 리디아 고(19)다. 88번 시도해 52번 파 이상을 기록했으니 벙커샷 성공률이 59%쯤 된다. 2위(김효주)부터 10위(이일희)까지에는 한국 선수가 8명이다. 데위 클래어 슈레펠(네덜란드)이 7위로 비(非)한국계로는 유일하다. 벙커샷은 그린을 놓쳤을 때 어프로치칩샷과 함께 타수를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쇼트게임 기술이다.

김효주나 김세영 등은 국내 투어에서 뛸 때도 “세컨드샷 미스가 나면 그린 주변 긴 러프보다 차라리 벙커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만큼 벙커샷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마추어에겐 ‘죽음의 트랩’이기 일쑤다.

K골프 고수들이 얘기하는 벙커샷 비결을 종합하면 대략 네 가지다.

첫째, 과감하게 헤드 페이스를 열어야 한다. 많이 듣는 얘기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어정쩡하게 열면 홈런을 치거나 리딩 에지(날)가 모래를 파고 들어가 공을 꺼내지도 못할 수 있다. 둘째, 감속하지 마라. 공 뒤 모래를 때리는 순간 힘을 빼고 멈칫하는 경우다. 원하는 거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공이 코앞에 떨어지기 쉽다. 2~3타 까먹는 것은 순식간이다. 풀 스윙과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스윙을 잊지 마라.

셋째, 스윙 시작 때부터 끝날 때까지 굽힌 무릎을 절대 움직여선 안 된다. 치고자 하는 공 뒤의 모래 지점을 정확하게 치지 못하고 너무 가깝거나 너무 먼 곳을 때려 토핑이나 심한 뒤땅을 낼 수 있어서다. 넷째, 리딩 에지(날)가 아닌 바운스(에지 옆 평평한 부분)로 모래를 때려라. 헤드가 모래 밑으로 쉽게 미끄러져 들어가는 효과가 있다. 힘들이지 않고 공을 빼낼 수 있다.

임경빈 프로는 “벙커샷은 연습량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며 “한국 선수들의 벙커샷을 연구하는 외국 프로도 많다”고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