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한국바둑고, 개교기념일에 중계 보며 이세돌 응원

"바둑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한국바둑고등학교도 명문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을 벌이면서 전국에서 유일한 전남 순천의 한국바둑고등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세기의 대결이 벌어진 9일 오후 순천시 주암면 한국바둑고등학교 연수실에는 20여명의 학생들이 TV 중계를 지켜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전체 학생 106명 가운데 91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학교는 마침 이날이 개교기념일로 기숙사에 20여명의 학생만 남아 있었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세계 최고 기사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자신들도 따라서 바둑판에 돌을 놓으며 서로 유불리를 따지는 등 흥미롭게 지켜봤다.

특히 해설가가 분석하는 내용에 따라 탄식을 뱉어내는가 하면 고개를 끄떡이는 등 진지한 모습으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는 학생들은 승패에 관한 예상을 서로 주고받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부분 초반에 인공지능의 능력을 제대로 몰라 긴장했지만, 대국을 한참 지켜본 중반 이후에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수록 해설자가 이세돌 9단이 불리한 상황을 예측하자 아쉬운 탄식을 내기도 했다.

이 학교 3학년 고영훈 학생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이 전 세계적인 쟁점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진로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바둑고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둑만을 공부하는 고등학교다.

1972년 주암종합고등학교로 개교한 이 학교는 2014년에 3학년 학생이 14명에 불과할 만큼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폐교 위기에 처했다.

새로운 활로를 찾던 학교 측은 당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와 접촉해 바둑고등학교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시에 주암면과 주암발전추진위원회, 주암종합고등학교 운영위원회, 순천시 바둑협회 등이 주암종합고등학교의 바둑 특성화 학교 개편 추진을 위해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전남도교육청과 협의해 2013년 한국바둑고등학교로 개명해 바둑과를 신설했다.

이때부터 바둑과 학생만 받아들여 4년째가 되면서 현재는 바둑과 학생만 106명이 재학하고 있다.

전체 학생 106명 가운데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을 제외한 91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4명의 프로 선생님과 함께 바둑 실력을 닦고 있다.

이강지 바둑부장은 "이번 세기의 대결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수일 전부터 바둑 지원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는 등 학교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특히 올해부터 전국체전에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갈수록 한국바둑고등학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순천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