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콧
애덤 스콧
애덤 스콧(호주)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닮았다. 1980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각각 11승, 8승을 올린 남자 프로골프계의 강자다. 매력적인 외모로 여성 팬을 몰고 다니는 것도 비슷하지만 한때 그립 끝을 몸에 대는 벨리퍼터를 쓴 이력도 같다. 둘 다 짧은 일반 퍼터로 전향했지만 프로골퍼 중 소수만이 하는 집게 그립으로 똑같이 퍼팅해 ‘닮은 꼴 이력’을 이어갔다.

또 다른 공통점은 오랜 우승 가뭄이다.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스콧은 2014년 5월 크라운플라자인비테이셔널 챔프가 된 뒤 우승 소식이 없다. 가르시아 역시 2012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우승컵 수집을 멈췄다. 둘은 한 조에 묶여 경기할 때 좋은 샷이 나오면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우정도 돈독하다. ‘동병상련’으로 묶인 두 친구가 하필 챔피언으로 가는 길목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세르히오 가르시아
세르히오 가르시아
스콧과 가르시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7158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혼다 클래식 3라운드에서 중간 합계 9언더파 같은 타를 쳤다. 스콧이 이날 4타를 줄였고, 가르시아가 3타를 줄여 공동 선두가 됐다. 3위인 ‘신예’ 블레인 바버(미국)와는 4타 차다. 이변이 없는 한둘 중 한 명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가 불참한 데다 ‘차세대 황제’ 자리를 노리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까지 예선 탈락해 절호의 기회다.

스콧은 우승하면 21개월간의 우승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를 맞게 된다. 가르시아 역시 우승하면 42개월 만의 챔피언 등극이다.

둘 다 이번 대회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위기’를 극복한 것도 공교롭게 비슷하다. 스콧은 3라운드 6번부터 9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승기를 먼저 잡는 듯했다. 하지만 ‘마(魔)의 15번홀(파3)’이 발목을 잡았다. 티샷이 물에 빠진 데 이어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마저 물에 빠진 것. 퍼팅까지 빗나가며 이 홀에서만 4타를 잃었다. 그는 2011년 이 홀에서 5타를 잃은 아픈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했다.

가르시아 역시 1라운드 6번홀에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을 경험했다. 티샷한 볼이 감기면서 해저드로 들어가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호수에 들어가 두 번째 샷을 했다. 그는 샷을 하기 전 주변을 여러 차례 돌아봐야 했다. 세컨드 샷 지점이 악어가 수시로 출현하는 위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볼을 빼내는 것보다 악어가 더 걱정이었다”고 했다. 강성훈(29)은 1오버파로 공동 22위에 자리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