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그만 올리세요. 그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아요!”

지난번엔 ‘더 돌려야 한다’며 다그치더니 이번엔 그만 올리라며 브레이크를 밟는다. 70% 백스윙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헷갈린다. 왼 어깨를 오른발 앞까지 회전하는 게 중요하다면 그립을 잡은 두 손도 하늘 높이 최대한 올려야 백스윙 톱이 완성되는 게 아닐까. 최송이 프로가 말했다. “나머지 백스윙 20~30%는 관성 모멘텀이 알아서 해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70% 스윙이면 충분…머리 높이까지만 올려라"
백스윙 톱 좋아야 똑바로 멀리 쳐

움직이던 물체(클럽)가 계속 같은 방향(타깃)으로 움직이려는 게 관성. 그러니까 백스윙 톱에서 무게중심을 목표방향 쪽으로 이동시키는 순간 남은 백스윙이 저절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클럽 헤드와 팔이 관성에 이끌려 더 회전하기 때문이다. 100% ‘풀 백스윙’을 욕심내면 실제로는 120~130% 백스윙, 즉 ‘오버 스윙’이 나오는 게 그래서다. 최 프로는 “손과 팔을 의식적으로 써서 만드는 동작은 70% 스윙에서 모두 끝난다”며 “그다음 동작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들 백스윙에서 그립을 잡은 양손만 머리 높이까지 더 들어주면 백스윙 톱 자세가 완성된다는 얘기다.

“상체와 머리를 들어올리거나 왼쪽 팔꿈치를 심하게 굽혀서 백스윙 톱을 하는 아마추어가 많습니다. 백스윙이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인데, 실제로는 그게 오히려 오버 스윙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더라고요.”

3분의 2 스윙 또는 하프 스윙만이라도 정확한 자세로 하면 충분한데 지레 포기한 탓에 더 큰 문제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백스윙 톱은 습관으로 치면 ‘세 살 버릇’쯤 된다는 게 최 프로의 생각이다. 한번 자리를 잘못 잡으면 평생 골칫거리가 되지만, 습관을 잘 들이면 투자 효과가 쏠쏠하다.

아마추어들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백스윙 톱이다. 라운드를 아무리 해도 본인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문제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문제가 딴 곳에 있는 줄도 모른 채 공을 때리는 데에만 집중하다가 무의식적인 ‘보상동작(잘못된 동작을 만회하려는 반대 동작)’에 빠지기 일쑤다. 클럽헤드를 덮어치거나 밀어치는 등의 ‘몸 따로 마음 따로 샷’도 여기에서 나온다는 게 최 프로의 설명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프로들도 백스윙 톱 완성하는 데만 6개월씩 투자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톱이 어떤 모양이냐에 따라 훅, 슬라이스, 스트레이트 구질이 결정되거든요.”

회전 적으면 슬라이스 많이 나

백스윙이 잘되면 양 팔꿈치가 굽어지는 곳에 클럽을 올려놨을 때 흘러내리지 않는다.
백스윙이 잘되면 양 팔꿈치가 굽어지는 곳에 클럽을 올려놨을 때 흘러내리지 않는다.
백스윙 톱을 잘 찾으려면 왼쪽 팔꿈치는 최대한 굽히지 않고 쭉 밀어주는 게 정석이다. 그립을 잡은 손이 머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스윙 아크가 크고 그럴수록 비거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깨 회전이 잘됐다면 팔꿈치가 조금 굽어져도 큰 문제는 없다. 회전 없이 팔꿈치를 굽혀 칠 때가 문제다. ‘꼬임에너지’가 나오지도 않고, 그나마 하체에서 공급해주는 힘이 굽은 팔꿈치로 소실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어깨·허리·엉덩이 회전이 부족해 십중팔구 슬라이스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공을 깎아치는 궤도인 ‘아웃-인’ 궤도의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코킹은 어드레스 때의 손목 각도를 무너뜨리지 않을 정도의 힘만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된다. 굳이 의식적으로 힘을 가하지 않아도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테이크 어웨이(테이크 백)-미들 백스윙-백스윙 톱으로 가는 과정의 스윙 속도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들 백스윙까진 잘하다가 갑자기 손이나 상체를 들어올리는 급가속 동작은 안정적인 스윙에 치명적”이라는 게 최 프로의 설명이다.

척추각·백스윙 속도 변하면 안돼

요령도 있다. 스윙 때 잘 쓰지 않는 몸의 오른쪽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백스윙을 시작할 때 오른발 엄지에 힘을 주고 오른 무릎을 왼 무릎 쪽으로 약간 기울이는 방법이다. 무릎이 오른쪽으로 밀리거나 펴지지 않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왼손 중심으로 스윙하라고 하니까 오른쪽 몸을 너무 안 쓰는 것도 고정관념 중 하나예요. 오른손으로 왼손을 지그시 누른 뒤 오른쪽으로 밀어주면서 회전하면 왼쪽 어깨와 왼팔만 쓸 때보다 회전이 좀 더 쉬워집니다.”

백스윙 톱이 제대로 완성됐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최 프로는 왼쪽 어깨가 최소한 턱이나 입술을 감쌀 정도가 되면 회전이 잘된 상태라고 했다. 미들 백스윙과 마찬가지로 엄지손톱은 백스윙 톱에서도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엄지손톱이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은 클럽 샤프트가 목표 방향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백스윙 톱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척추각 유지다. 백스윙 궤도와 다운스윙 궤도가 같아지고 클럽이 빠져나갈 공간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체 힘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세도 척추각이 유지됐을 때다. 그는 “백스윙이 끝난 상태에서 왼쪽 어깨, 배꼽, 무릎을 가상의 선으로 연결하면 삼각형 공간이 그려진다”며 “좋은 다운스윙이 시작되는 열쇠가 바로 이 공간”이라고 말했다.

글=이관우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leebro2@hankyung.com
"70% 스윙이면 충분…머리 높이까지만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