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 혐위로 고발된 프로골퍼 배상문이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KPGA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 및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병역법 위반 혐위로 고발된 프로골퍼 배상문이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KPGA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 및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귀국 당일 자진 출석해 조사받아…"법적 절차 따라 적절한 시기 입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골프 선수 배상문(29)이 2일 기자회견을 하고 "프레지던츠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군 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배상문은 2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 돌아와 기쁘다"며 "여러 해결할 일들이 있지만 기분 좋은 마음으로 쉬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입국한 배상문은 지난해 말부터 병역법 위반 혐의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2월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이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한다며 귀국을 통보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PGA 투어 활동을 이어간 배상문은 2월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법 위반 혐의로 대구 남부경찰서에 고발당했다.

그는 또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을 상대로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지난 7월 패소했다.

귀국한 당일 대구 남부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배상문은 "골프가 어려운 운동이지만 올해는 특별히 제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며 "모든 불찰은 저에게 있고 많은 교훈을 얻는 배우는 시간이 됐다"고 2015년을 돌아봤다.

다음은 배상문과 일문일답.
-- 귀국 소감은.
▲ 지난주 대회 끝나고 공항에 들어왔는데 많은 분이 나와 계셔서 놀랐다.

사실 우승하고 들어올 때보다 더 많은 분이 나오신 것 같다.

앞으로 더 행동을 조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입국 당일 대구에 가서 조사를 성실히 받고 나왔다.

-- 프레지던츠컵 참가에는 문제가 없었나.

▲ 이것도 제가 얘기하기는 주제넘은 부분이 있다.

다만 논란이 됐던 부분이 국외 여행 기간 연장에 대한 것인데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병무청의 허가가 별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다.

-- 앞으로 조사를 더 받을 예정인가.

소송까지 가게 된 배경은.
▲ 추가 조사 이야기는 들은 것이 없다.

연장 불허 통보를 받았을 당시에는 변호사들과 논의한 결과 연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게 됐다.

후회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때 생각에는 그랬었다.

-- 입대하면 경력이 끊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텐데.
▲ 없지 않아 있다.

골프를 20년 정도 쳤고 투어 생활만 11년차다.

그동안 선수로서 세운 목표를 보고 노력하다가 내려놓고 입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

복귀해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 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보내는 시간이 저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도 노력 중이다.

-- 2015시즌을 돌아보자면.
▲ 골프가 쉬운 운동이 아니지만 올해는 특별히 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대회에 나가서나 훈련할 때 집중이 안 될 때가 잦았다.

원인 제공은 제가 한 것이라 후회도 되고 바로 잡으려 노력도 했으나 쉽지 않았다.

모든 불찰은 제게 있고 다음부터 일 처리를 매끄럽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 프레지던츠컵을 앞둔 각오는.
▲ 제가 태어난 나라에서 대회에 나가게 돼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여러 일이 있어서 부담스럽고 쑥스러운 면이 있지만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고 행운이다.

입대 전 마지막 대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치르겠다.

--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일정은.
▲ 사실 정확한 일정을 답하기 어렵다.

제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절차에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입대하도록 하겠다.

-- PGA 투어에서 앞으로 어떤 약속을 받았나.

▲ 제가 원래 2016-2017시즌까지 시드를 갖고 있는데 투어로부터 군 복무를 마친 뒤 복귀할 수 있다는 보장을 처음에는 듣지 못했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3수 끝에 들어간 대학(PGA 투어)에서 군대를 다녀와도 복학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PGA 투어에서 조금 더 일찍 전역 후 시드 보장에 대해 얘기해줬더라면 더 빠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지금은 군대를 다녀와서 1년간 시드를 보장받은 상태다.

-- 대니 리와 한 조로 출전하게 된다는 보도가 있다.

▲ 대니 리와는 형제처럼 미국에서 지내는 사이다.

대회도 같이 이동하고 집에서 5분 거리 연습장도 같이 다닌다.

조언도 서로 주고받는 사이라 같이 한다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플레이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대니 리 외에 편하게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
▲ 아시안투어 다니면서 태국의 통차이 짜이디 선수와도 편하게 지낸다.

또 마쓰야마 히데키도 연습라운드를 가끔 하는 사이다.

다른 선수들도 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지만 좀 더 마음 편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그런 선수들이 좀 더 나을 것 같다.

-- 세계 연합팀 단장 닉 프라이스와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 추천 선수 발표 당일 아침에 전화를 직접 받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지난주 대회 전 행사에서 직접 만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세계 연합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 연습라운드 일정은.
▲ 귀국해서 아직 클럽을 잡아보질 못했다.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지만 주말에 가서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 매킬로이, 스피스, 데이 가운데 누가 앞으로 가장 잘할 것 같은지.
▲ 데이는 거리, 스피스는 퍼트가 강점이고 매킬로이는 모든 것을 다 갖췄다고 본다.

굳이 꼽자면 매킬로이가 최강자라고 생각한다.

저도 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

-- 대회 코스 특징을 설명하자면.
▲ 페어웨이가 넓지만 그린이 어렵다.

드라이브샷을 치기에 까다로운 점은 별로 없지만 아이언샷으로 퍼트하기 좋은 위치에 공을 보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짧은 거리 퍼트라도 경사가 많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퍼트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보다 퍼트가 강한 선수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 앞으로 한국 남자 선수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나쁜 마음을 먹고 얘기하자면 '나도 군대 가니까 후배들도 다 가야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2년은 긴 시간인데 공부가 될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동반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거의 예외 없이 한국 병역 제도에 대해 물어보더라.
-- 상무 골프단에 대해 알고 있는지.
▲ 기사로만 접했다.

버디를 잡고 거수경례를 하더라. 남자 골프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 같다.

선수 생활 중에 입대해서 그런 기회를 얻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저도 여기서 크게 웃으면서 인터뷰를 하고 싶지만 무거운 자리가 돼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제가 만든 부분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만회하고 싶다.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면 제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군 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돌아와서 지금까지 제가 했던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들여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골프가 얼마나 대단한지 팬 여러분께서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남자도 여자처럼 머지않아 세계 정상권에 오를 수 있다.

선수들도 더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팬 여러분의 많은 관심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커져서 남자골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성남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