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전에서 MLB 진출 첫 멀티 홈런…시즌 11·12호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아시아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

강정호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4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멀티 홈런(한 경기 2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강정호는 0-1로 뒤진 5회말 샌프란시스코 선발 마이크 리크를 상대로 중월 홈런을 터뜨렸고, 1-1로 맞선 7회말에는 바뀐 투수 헌터 스트릭랜드를 상대로 좌중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PNC 파크는 지난해 미국 ESPN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아름답고 편리한 구장으로 선정할 만큼 팬들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췄지만, 오른손 타자에게는 '악몽의 구장'으로 불린다.

오른손 타자가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리는 코스인 좌중간 외야가 푹 들어간 특이한 구조 탓이다.

PNC 파크는 홈 플레이트로부터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22m인데 반해 좌중간 펜스까지 거리는 125m에 달한다.

강정호가 '해적' 유니폼을 입게 될 때만 해도 PNC 파크의 좌중간 외야가 깊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강정호는 바로 그 좌중간을 시원하게 넘겨 버렸다.

강정호는 이날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멀티 홈런을 기록하며 시즌 11호, 12호 홈런을 쌓았다.

강정호가 이 페이스를 그대로 시즌 끝까지 유지하면 마지막 162경기째에는 홈런 16개를 기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데뷔 첫해 홈런 수로 따지면 메이저리그에서 뛴 아시아 선수 중 마쓰이 히데키(16개)와 함께 역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1위는 포수 조지마 겐지로 시애틀 매리너스 데뷔 시즌이던 2006년에 홈런 18개를 터뜨렸다.

일본 최고의 거포로 불렸던 마쓰이 히데키는 미국 진출 직전 시즌 일본에서 50홈런을 터트렸지만 빅리그 데뷔 시즌에 16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신조 쓰요시 역시 미국 진출 직전 28홈런을 일본에서 때렸지만 미국 진출 첫해에는 10홈런에 그쳤다.

두 선수는 모두 외야수다.

강정호가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으로 꼽히는 유격수를 소화하면서도 이 같은 성적을 내고 있어 그 가치는 더욱 크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메이저리그 첫해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건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2루수 이구치 다다히토가 기록한 15개였다.

강정호가 몰아치기에 능하고 특히 여름에 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홈런 페이스는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강정호는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타율 0.356에 40홈런 117타점을 올렸는데, 태양이 뜨거운 7월과 8월에 가장 뛰어난 성적을 냈다.

7, 8월 두 달간 38경기를 뛰면서 타율을 무려 0.422까지 끌어올렸고, 16홈런에 44타점을 뿜어냈다.

피츠버그에서 성공 시대를 활짝 열고 있는 강정호가 내셔널리그 신인왕 외에도 아시아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