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블래터 회장. 출처=FIFA.COM
FIFA 블래터 회장. 출처=FIFA.COM
월드컵 등 세계 축구계를 관장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비리 스캔들로 여론의 질타가 들끓고 있다. 지난 1904년 '축구의 발전과 국제 경기의 원활한 운영'을 목표로 FIFA가 창립한 이후 111년만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천문학적인 축구 수입을 불러모으는 FIFA는 노골적인 뇌물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FIFA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TV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권 판매로 57억 달러(약 6조300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현금보유고도 15억 달러(1조6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FIFA 고위직 7명을 체포한 스위스 법무부 관계자가 "FIFA의 부패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곳곳에 만연돼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폐쇄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FIFA는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있어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체포된 FIFA 간부들이 뇌물수수와 돈세탁 후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은폐를 시도했던 것과 달리 남아공 월드컵과 관련해서는 뇌물이 '고전적' 방법으로 오갔다고 보도했다.

미 검찰은 공소장에서 남아공 정부가 아프리카의 첫 월드컵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1000만 달러(110억4천800만) 이상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을 받은 FIFA 임원들이 남아공을 차기 개최지로 밀어준다는 조건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FIFA 집행위원이었던 잭 워너 전 FIFA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남아공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워너 전 부회장은 한번은 자금전달책인 제3자에게 프랑스 파리로 가서 남아공 월드컵유치위원회 고위 관계자로부터 '호텔방에서 1만 달러의 지폐묶음들로 채워진 서류가방'을 받아올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5선에 도전하는 제프 블래터(79) 회장의 일인체제 아래 FIFA의 폐쇄성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부패의혹을 확산시켰다. 블래터 회장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FIFA의 비리를 뿌리뽑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블래터 스스로 '부패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FIFA는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뇌물수수 논란이 불거진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은 예정대로 각각 러시아와 카타르에서 열릴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사의 진행 상황에 따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수사기관에 의해 러시아와 카타르, FIFA 고위직이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부패 탓에 흔들리는 FIFA가 언제까지 현재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IFA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수사와 상관없이 29일로 예정된 회장선거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선거를 강행할 경우 향후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현직 FIFA 회장이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거 연기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에도 블래터 회장이 당초 예상처럼 무난하게 5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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