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 파운더스컵 마지막날 10번홀(파4). 김효주(20·롯데)가 티샷한 공이 나무 아래에 멈추면서 샷하기 힘든 위기를 맞았다. 김효주는 이때 나무 위에 벌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효주는 경기위원을 불러 “샷하기 위험하다”며 무벌타 드롭을 요청했다.

김효주가 주장한 룰은 골프규칙 재정집에 있는 1-4/10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방울뱀 또는 벌이 플레이에 방해가 될 경우 홀에 가깝지 않은 곳, 1클럽 길이 이내에 벌타 없이 볼을 드롭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위원은 벌집이 선수와 아주 가까이 있지 않아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판단, 드롭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효주는 승복하고 레이업을 한 뒤 ‘3온2퍼트’ 보기를 했지만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비범함과 노련함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은 골프 룰에 해박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우즈는 종종 경기위원까지 설득하는 룰 지식을 선보였다. 1999년 피닉스오픈에서는 커다란 바위를 ‘루스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로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4라운드 13번홀에서 우즈가 티샷한 공이 커다란 바위 근처로 날아갔다. 바위가 그린 쪽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때 우즈는 경기위원에게 이 바위가 루스 임페디먼트인지 문의했고 경기위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루스 임페디먼트는 골프 규칙에 ‘자연물로서 고정돼 있지 않고 생장하지 않으며 땅에 단단히 박혀 있지 않고 볼에 달라붙어 있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돌, 나뭇잎, 나무의 잔가지, 나뭇가지, 동물의 똥, 벌레나 벌레가 파놓은 흙과 퇴적물 등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선수는 1t에 가까운 바위를 루스 임페디먼트로 보기 어려워 벌타를 받고 말지만 우즈는 이를 인정받은 뒤 갤러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큰 바위를 옮겨내고 샷을 시도해 버디를 기록했다.

김효주는 “10번홀에서 당연히 구제받을 줄 알았다”며 “이 홀이 가장 큰 고비였지만 남은 홀에서 잘 풀려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