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왕 '10억원 시대' 연 KLPGA 투어 '억대 상금' 골퍼만 40여명…확 커진 女투어
김효주(19·롯데)가 지난 주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다. KLPGA투어가 상금랭킹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32년 만에 10억원대 상금왕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 미국 LPGA투어 상금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시즌 상금액수는 230만달러(약 24억5000만원)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랭킹 1위 이보미(26)의 시즌 상금은 1억2000만엔(약 11억9000만원)이다.

루이스는 총 24개 대회를 뛰었고 이보미는 19개 대회를 소화했다. 김효주는 지난주까지 총 20개 대회에 나가 10억16만원을 벌었다. 대회 수와 상금액수를 보면 KLPGA투어가 미국과 일본 투어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금왕 10억원 시대의 의미

구자용 KLPGA 회장
구자용 KLPGA 회장
상금왕의 상금액수가 10억원을 돌파했다는 것은 투어가 본격적인 안정궤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은 10억원대 상금왕이 탄생한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투어로 자리매김했다.

미 LPGA투어에선 투어 창설(1950년) 이후 46년 만인 1996년 캐리 웹(호주)이 100만2000달러로 첫 ‘밀리언달러 상금왕’의 길을 열었다. 1968년에 시작한 JLPGA투어는 한국과 똑같이 32년이 흐른 2000년에야 후도 유리(일본)가 1억2044만엔으로 첫 1억엔 상금왕 시대를 개척했다.

일본은 올해 총 37개, 미국은 32개 대회를 개최한다. 한국은 아직 27개로 대회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시즌 첫 30개 대회 시대를 열면 상금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LPGA투어 시즌 최다 상금은 2007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작성한 436만4994달러다. JLPGA투어 시즌 최다 상금은 2009년 요코미네 사쿠라(일본)가 기록한 1억7501만엔이다.

◆박세리, 첫 억대 상금왕 등극

1982년 구옥희는 125만원으로 첫 상금왕에 올랐다. 당시 열린 대회 수는 6개에 불과했다. 1995년부터 총 12개 대회가 열리며 대회 숫자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됐다. 당시 이오순(52·스포월드)은 9213만원으로 상금왕에 올라 첫 1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1996년 박세리가 등장해 2억4268만원으로 상금왕에 오르며 단숨에 2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신지애가 등장할 때까지 8년간 누구도 2억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신지애는 2006년 3억7405만원으로 단숨에 3억원을 돌파하며 상금왕에 올랐다. 당시 상금랭킹 2위 박희영은 2억1991만원, 3위 최나연은 2억286만원으로 3명이 2억원을 넘어섰다.

신지애는 2007년 6억7454만원에 이어 2008년 7억6518만원으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세운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신지애의 기록은 6년 만인 올해 김효주에 의해 깨졌다.

◆상금 1억원 돌파 올해 40명 넘을 듯

KLPGA투어의 성장은 시즌 상금 1억원 돌파자 수에서도 드러난다. 상금으로 1억원을 처음 넘어선 선수는 1996년 박세리 김미현 박현순 등 3명이었다. 1997년에도 김미현 정일미 박세리 등 3명이 ‘억대 상금’을 기록했으나 이후에는 주춤했다. 1998년에는 한 명도 없었고 1999년에 1명(정일미), 2000년 2명(정일미 강수연)뿐이었다. 2001~2005년에도 억대 상금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희귀했다.

신지애가 등장한 2006년부터 KLPGA투어의 흥행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8명이 1억원을 돌파했고 2008년에는 15명, 2010년에는 26명이 억대의 상금을 손에 쥐었다. 구자용 KLPGA 회장이 취임한 2012년부터 투어는 본격적인 중흥기를 맞았다. 그해 1억원대 상금 수입자가 33명으로 첫 30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6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4개 대회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34명이 1억원을 돌파했다. 9000만원 안팎의 상금을 기록 중인 선수가 9명이나 돼 첫 40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