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24일 열린 사격 여자 50m 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사격팀 나윤경(왼쪽부터), 정미라, 음빛나가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24일 열린 사격 여자 50m 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사격팀 나윤경(왼쪽부터), 정미라, 음빛나가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총잡이들의 손등에는 모두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경기 전날 금메달을 다짐하며 그려 넣은 것이다.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암과 슬럼프를 극복한 금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나윤경(32·우리은행), 정미라(27·화성시청), 음빛나(23·상무)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24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 1855.5점을 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음빛나가 620.6점, 정미라가 618.5점, 나윤경이 616.4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 때에 이어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했다.

○암 이겨낸 스나이퍼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女소총 3총사, 암·슬럼프 딛고 金 쐈다
정미라는 금메달이 확정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갑상샘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다시 총을 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제일 두려웠다”며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 추병길(34·화성시청)이 정미라에게 큰 힘이 됐다. 함께 사격을 하던 추병길은 그에게 늘 용기를 북돋아 줬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정미라는 2개월 만에 총을 잡았다. 다들 만류했지만 언젠간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시 사대에 섰다. 정미라는 “총을 쏠 때도 후유증 때문에 목이 아팠지만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쐈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주종목인 50m 소총 3자세에 출전해 다관왕을 노린다.

○여군 특등사수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女소총 3총사, 암·슬럼프 딛고 金 쐈다
음빛나는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갈 때 절도 있는 모습으로 거수경례를 해 시선을 끌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음빛나는 육군하사 신분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군인이 꿈이었다. 음빛나는 “TV에서 대통령을 경호하는 군인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며 “장기 복무 신청을 했고 계속 군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빛나는 부사관학교에서도 특등사수로 이름을 날렸다. 훈련소 시절 육군의 주력화기 K-2 소총으로도 20발 중 19발을 명중시켰다.

대표팀 막내 음빛나는 이날 4시리즈 104.3점, 5시리즈 105.0점을 쏴 한국의 순위를 끌어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본선 성적으로 개인전 메달을 가리는 가운데 동메달도 땄다.

○남편 격려가 큰 힘

맏언니 나윤경은 경기 결과가 나오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기쁨도 컸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윤경은 “나 때문에 망칠까 걱정했는데 동생들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윤경은 2005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0m 소총 3자세에서 동메달, 50m 소총 복사에서 5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꾸준히 국가대표에 발탁되고도 입상권과 동떨어진 성적표를 냈다. 세계선수권 등 최근 성적도 좋지 않아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사격 대표팀에서 함께 고락을 나눴던 남편 황정수(32·울산북구청)가 경기 전날 “못해도 된다”며 위로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나윤경은 “훈련에 더 집중해 다음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금메달도 따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