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중요…선수들 마음 속으로 들어가 좋은 성과 낼 것" 취임 일성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새 수장인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은 한국이 다시 축구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승리하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고양 MVL 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끝나고 팬들은 점유율이 얼마였는지 패스와 슈팅이 몇 번이었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승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슈틸리케 감독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지켜보려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등 최근 대표팀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2007년 7월 핌 베어벡(네덜란드) 감독 이후 7년 만에 한국 축구 대표팀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면서 외국인 선수상을 4번이나 받았고 독일 국가대표로도 1975년부터 10년간 활약하는 등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지도자로는 1988년 스위스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카타르 클럽팀에서 활동했다.

특히 1998∼2000년 독일 대표팀 수석코치, 2000∼2006년에는 독일 유소년 대표팀 감독으로서 독일 축구가 최근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데 힘을 보탠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독일의 분석관 역할을 하며 한국에 머문 기억을 떠올린 그는 "당시 한국의 승리와 팬들의 열정을 봤다"면서 "선수들의 능력이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면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해 한국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몰린 취재진을 본 그는 "카타르에서 활동할 땐 기자가 2∼3명뿐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많이 와주신 걸 보니 축구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실감난다"고도 말했다.

최근 대표팀의 부진을 '경험 부족'의 결과로 본 그는 "한국이 다시 축구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이 없었다면 감독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월 A매치 날짜인 10월10·14일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할 때 발언 기회를 따로 요청해 "외국인이 새로 오면 편견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쁜 예로 어떤 지도자는 돈이나 다른 명예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갈 때도 있다"면서 "전 모든 경기를 이기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일하고 제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드리도록 노력할 것은 약속할 수 있다"며 진정성을 과시했다.

이어 "파라과이 10월 첫 경기, 끝나고 경기를 잘 분석하셔서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중립성을 잘 지키면서 비판해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 혹시 한국 감독 제안이 왔을 때 망설여진 부분은 없었나.

▲ 없었다.

예전에 여러 에이전트가 어떤 나라나 클럽에 관심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많이 고민했지만, 이번에 대한축구협회와 대화할 때는 그런 게 없었다.

일주일 만에 결정했다.

보통은 이렇게 빨리 결정할 수 없다.

카타르에 있을 때 외국인 선수 3∼4명 정도가 집 근처에 살았는데, 그중에 남태희를 보면 한국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얼마나 규율이 잘 잡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한국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 여러 나라에서 경력을 쌓았으나 성과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성공의 경험을 소개해달라.
▲ 좋은 팀과 함께하면 성공하기가 쉽다.

좋은 감독도 1부리그에 있다가 강등될 수도 있다.

어떻게 좋은 팀을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코트디부아르를 이끌면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했고, 독일 18세 이하 팀을 지휘하면서 필리프 람 같은 선수들과 함께 유럽선수권대회 2위에도 올랐다.

한 팀에서 낸 결과만으로 감독을 평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그 팀의 상황에서 최대의 결과를 뽑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 슈틸리케의 축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일인가.

▲ 한 경기의 스타일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경기 끝난 다음에 팬들은 점유율이 얼마였는지 패스와 슈팅이 몇 번이었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

승리가 중요하다.

승리의 요인은 어떤 날은 티키타카일 수도, 다른 날은 공중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

-- 독일 축구의 리빌딩 과정에 힘을 보탰는데, 한국 축구에 접목할 부분은 어떻게 있다고 보나.

▲ 닫힌 문이 있으면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한국에 어떤 전통, 문화, 정신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게 향후 몇 개월간 제가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다.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독일 축구가 정답은 아니다.

독일과 한국의 좋은 점을 찾아 고민해보겠다.

-- 한국 축구에서 부족한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젊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몰라서 어렵지 않았나 생각했다.

알제리전 이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압박감을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국이 축구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이 없었다면 대표팀 감독직 맡지 않았을 것이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22∼23세 때는 잘하는 축구를 했고, 27∼28세 때는 더 나은 축구를 하려고 했다.

어릴 때는 축구를 무의식 속에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을 갖게 됐다.

독일 대표팀과 비교하자면 2006, 2010년에는 어리고 경험 많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비슷한 선수들이 우승까지 차지했다.

경험은 큰 역할을 한다.

--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파악했나.

▲ 계약한 지 며칠이 안 돼 잘 파악할 수는 없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에 입단할 때부터 어느 정도 소식을 접한 선수다.

이제부터 선수들을 잘 관찰하고 분석하겠다.

오늘 경기를 보러 온 것도 선수들을 보기 위함이다.

-- 한국 감독으로서 구체적인 목표와 마스터플랜은.
▲ 우선 첫 번째 목표는 며칠 뒤 집으로 돌아가서 짐을 싸서 어서 복귀해 K리그와 13세 이하 등 선수들을 파악하고 싶다.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파악하기가 더 쉽다.

저는 좋은 선수를 국내에서 발굴하고 비교하겠다.

-- 코칭스태프 구성, 피지컬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등 스태프 지원 어떻게 받기로 했는지.
▲ 아직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카를로스 아르무아라는 아르헨티나 코치와 6년간 함께 했다.

다른 감독은 4∼5명의 스태프를 데리고 오지만, 저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화할 때 2∼3명을 요청했다.

선수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혼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코치들은 선수들의 습관, 문화 잘 파악하고 있어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고양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