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아, 챔피언 먹었어!” > 버바 왓슨이 마스터스 우승 직후 입양한 아들 칼레브를 안고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 “아들아, 챔피언 먹었어!” > 버바 왓슨이 마스터스 우승 직후 입양한 아들 칼레브를 안고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왼손잡이’ 버바 왓슨(미국)은 괴력의 장타자다. 2005년 2부투어를 거쳐 2006년부터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왓슨은 네 차례 장타왕에 올랐으며 올해도 이 부문 1위(317.7야드)를 달리고 있다.

누구보다 멀리 치지만 그는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고 스윙코치도 없다. 골프 실력은 ‘내기’로 길렀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콧데일의 이스텐시아클럽 회원인 왓슨은 골프장 회원들과 ‘1 대 3 내기’를 주로 했다. 3명의 회원은 베스트볼(각자 플레이한 뒤 좋은 스코어 채택)로 왓슨과 겨뤘다. 왓슨은 골프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회원들과 편하게 플레이하다가 박빙이 되면 악착같은 승부를 펼치게 된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올린 기상천외한 ‘묘기샷’ 동영상을 보면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영장 물에 떠 있는 공을 드라이버로 치는가 하면 드라이버로 벙커샷을 하고 오른손잡이 드라이버를 들고 왼손으로 샷하기, 하이힐 신고 티샷하기 등 다양한 묘기샷을 선보인다.

리키 파울러, 벤 크레인, 헌터 머핸 등과 함께 ‘골프 보이스’라는 4인조 밴드를 결성해 ‘오오오’라는 뮤직비디오를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왓슨은 2009년 11월 아버지 게리가 인후두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앤절라가 뇌종양(나중에 오진으로 판명)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절망에 사로잡혀 있던 왓슨은 골프가 하찮게 느껴졌고 모든 욕심을 내려놨다. 그러자 뜻밖에 골프가 잘되기 시작했고 2010년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그해 아버지가 그토록 소망했던 라이더컵 선수로 나서 경기를 펼쳤고 이를 지켜본 아버지는 9일 뒤 세상을 떠났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왓슨은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고 있다. 그의 ‘핑크 드라이버’가 300야드를 넘길 때마다 300달러씩 암환자를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기부도 많이 하지만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마음껏 구입하며 인생을 즐긴다. 자동차 수집광인 그는 벤츠에서 나온 럭셔리 세단, 스포츠카, G 왜건 등 3대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 초에는 1979년 미국 TV 시리즈물 ‘듀크 삼총사(The Dukes of Hazzard)’에 등장한 ‘제너럴 리’ 자동차를 경매에서 11만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