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마친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들이 참은 눈물을 쏟았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샤이바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경기인 7-8위전에서 스웨덴을 2-0으로 꺾었다.

선수들은 승패가 이미 결정됐고 골 득실차를 따질 이유도 없음에도 버저비터를 노린 슈팅까지 때리며 끝까지 분전했다.

간판 공격수 정승환은 눈물을 쏟으며 단체 사진 촬영을 거부한 채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김익환 한국 감독은 "대회를 이렇게 마치기에 너무 아쉬워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입상권 진입을 노렸으나 4강 진출에 실패해 순위결정전으로 밀렸다.

조별리그 개막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연장 접전 끝에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2차전에서 패배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이탈리아와의 3차전, 체코와의 순위결정전에서 연패했다.

김 감독은 "정승환은 미국전에서 생긴 가슴 타박상 때문에 진통제 주사를 맞고 뛰었고 김영성도 대상포진 때문에 심각한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고 부진의 주요 원인을 밝혔다.

출전자 엔트리 17명 가운데 부상자가 절반이고 실제로 투입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선수도 제한적이라서 체력고갈에 시달렸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국에는 아이스슬레지하키 실업팀이 한 군데가 있고 나머지는 동호인 클럽이다.

현재 이 종목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50여명에 불과하다.

이날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장동신은 이런 환경을 거론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잘했는데도 이렇게 슬플 수가 없네요.

전체 선수가 50여명밖에 없는 한국이 클럽이 50여개씩 있는 다른 나라들과 경쟁해 올림픽에도 나서고 7위도 했으면 잘한 게 맞지요?"
장동신이 애써 눈물을 참으면서 동료 선수들이 아쉬움에 떠는 까닭을 조용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성적만 내면 모든 것을 다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했는데 메달을 못 따서 슬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 밖에서 보기에는 분명히 못 한 성적이지만 우리 여건을 생각할 때 충분히 잘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시상대에 올라 큰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썰매하키의 도약기를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이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장동신은 대표팀의 도전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가 상영관을 찾지 못해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무관심을 한탄했다.

김익환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다음 패럴림픽에서는 우리가 주인공이 되자"며 선수들의 마음을 일일이 다독였다.

(소치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