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수' 이채원(33)은 대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된 이후 10년이 훌쩍 넘도록 태극마크를 굳건히 지키는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6년 동계체육대회에서 여자부 프리스타일 은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크로스컨트리 하면 떠오르는 대표 주자로 활약해왔다.

알파인 스키인 줄 알고 들어갔던 스키부에서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크로스컨트리 여왕' 이채원을 만들었다.

크로스컨트리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1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지만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릴 정도로 강한 체력이 필요한 종목의 특성상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다.

크로스컨트리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채원은 30대가 된 지금까지 각종 대회 정상을 휩쓸면서 후배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13년까지 17차례 동계체전에서 따낸 금메달만 무려 51개로, 동계체전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갖고 있다.

2008년과 2010년에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지난해 동계체전에서도 그는 클래식 5㎞와 프리스타일 10㎞, 복합 경기에서 3관왕을 차지, 국내에서는 여전히 적수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세계랭킹 200위권에 자리한 그는 국제대회에서는 항상 세계 수준과 격차를 실감하고 돌아서야 했다.

동계올림픽에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3차례 출전했는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밴쿠버 올림픽 여자 10km 프리스타일에서 78명 가운데 54위에 올라 가장 나은 성적을 기록한 것은 그래도 성과였다.

당시 이채원은 여자 15km 추적에서는 62명 가운데 59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채원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우승하며 국제대회에서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털었다.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채원이 처음 따낸 메달이자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첫 금메달이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결혼을 하고 2012년에는 엄마가 되면서 이제 선수 생활을 접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채원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출산 이후 체력 훈련에 더 신경 쓰다 보니 오히려 몸이 더 좋아졌다고 느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임신 9개월 때까지 운동을 했을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남편의 외조를 받고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힘을 낸다는 그는 소치 올림픽은 물론 2017년 동계아시안게임과 2018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까지 출전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출전권 획득이 유력한 소치 올림픽에서는 중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뛸 참이다.

이채원의 이런 행보는 개인뿐 아니라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도전이기도 하다.

여전히 크로스컨트리가 '비인기 종목 중의 비인기 종목'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채원이 좋은 성적으로 물꼬를 튼다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