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주전 파일럿 원윤종(29)은 흥미로운 선수다.

흔히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은 초·중학생 시절부터 그 종목에서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은 엘리트 체육인이 많지만, 원윤종은 4년 전만 해도 올림픽과는 상관없이 체육교사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입시 체육으로 성결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한 것이 운동 경력의 전부이던 원윤종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은 호기심 반으로 도전한 2010년 봅슬레이 국가대표 공개 선발전이었다.

선발전을 통과해 태극마크를 단 그는 특유의 근성과 집중력을 인정받아 곧장 대표팀 파일럿으로 발탁됐다.

이후 원윤종이 써내려간 '신데렐라 스토리'의 시작이다.

'한국 썰매의 개척자'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전면적으로 대표팀 세대교체가 진행된 터라 한동안 국제무대에서의 고전이 예상됐지만, 정반대였다.

원윤종에게 조종간을 맡긴 대표팀은 첫 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3위에 올라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다음 시즌인 2011년 말 아메리카컵에서는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어 과거 한 차례밖에 2위에 오르지 못했던 선배들의 업적을 뛰어넘었다.

잠시 유럽 등에서 다양한 트랙을 돌며 경험을 쌓은 원윤종은 마침내 2013년 3월, 아메리카컵에서 봅슬레이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2013년 1년간 원윤종이 조종간을 잡고 따낸 금메달만 벌써 3개다.

밴쿠버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태극마크를 꿈꿔본 적조차 없던 젊은이는 이제 국제무대에서도 눈길을 잡아끄는 선수가 됐다.

원윤종이 단기간에 이렇게 빠르게 올라설 수 있던 배경에는 특유의 근성과 집중력이 있다.

대표팀에 선발되던 당시만 해도 84㎏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하루에 밥을 15공기씩 먹을 정도로 치열하게 체격을 불려 이제는 100㎏이 넘는 '거구'의 선수가 됐다.

썰매를 미는 힘과 가속도가 중요한 봅슬레이에서는 선수의 몸무게가 곧 경쟁력이다.

물론, 그저 몸무게만 불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근력과 순발력을 유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훈련도 견뎌 가며 만든 체격이다.

역도 선수 출신인 대표팀 동료 석영진과 맞먹는 무게의 바벨을 들 정도로 치열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했다.

평창에서 스타트 대회를 열면 힘 좋은 동료 푸시맨·브레이크맨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만큼 힘도 탁월하다.

파일럿에게 필요한 집중력도 갖췄다.

트랙 밖에서 늘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허공을 바라보는 원윤종의 머릿속에는 눈앞의 트랙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코너별로 끊임없는 이미지트레이닝이 이어진다.

코스에 맞는 공략법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대표팀 이용 감독의 설명이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소치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자 4인승, 남자 2인승, 여자 2인승 등 전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킬 전망이다.

원윤종은 "원래 내게 올림픽은 그저 TV로 보는 것이었는데, 이제 직접 나가는 대회가 됐다"면서 "혼자 생각하면서 소름이 끼칠 때가 많다"고 했다.

물론, 소치가 끝이 아니다.

소치올림픽에서 15위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메달권을 노리겠다는 것이 한국 봅슬레이의 청사진이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원윤종이 펼칠 레이스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소름이 끼칠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