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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복서' 이시영(32·인천시청)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1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이시영의 전국체전 경기 내용을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시영은 복싱 여자 일반부 플라이급(51㎏) 8강전에서 김하율(19·충주시청)에게 판정패했다.

3라운드에서 어께가 탈구되기는 했지만 이 부상이 없었더라도 심판이 이시영의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는 경기 내용이었다.

이시영은 긴 리치와 강하지는 않지만 정확한 펀치를 활용, 치고 빠지면서 착실히 유효타수를 쌓는 전술로 지난 4월 김하율과의 라이트플라이급(48㎏)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승리했다.

당시 김하율이 훨씬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기에 심판 판정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다수의 아마추어 복싱 전문가들은 이시영이 유효타만을 인정하는 당시의 채점룰을 잘 이용해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승리를 따냈다며 이시영의 손을 들어줬다.

이시영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복서 배우'에서 '배우 복서'로 바뀐 것도 이 때부터다.

이후 국제복싱협회(AIBA)는 채점룰을 유효타 수가 아닌 공격성과 링 장악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쪽으로 바꿨다.

이시영은 이날 경기에서 예전과는 다르게 김하율의 저돌적인 인파이팅에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격했다.

아웃파이팅이라는 기본 골격은 예전과 그대로였지만 유효타가 아닌 힘이 실린 '정타'를 날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무작정 도망다니기보다는 공격을 허용하더라도 기어이 상대에게 주먹 한 방을 꽂아넣겠다는 투지도 돋보였다.

그러나 복싱 한 길을 걸어온 엘리트 복서를 '진검승부'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시영이 목표로 삼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은 11월 말 열린다.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기간 이시영이 선발전에 참가할 엘리트 복서들을 따라잡을 정도로 기본기를 닦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대한복싱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시영의 선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플라이급은 라이트플라이급보다 선수층이 훨씬 두껍다"면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배우로서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전 프로복싱 챔피언인 유명우 버팔로프로모션 대표는 "대표선발전에 나서는 선수들의 기량이 굉장히 좋은데다 채점룰도 프로화돼 힘들어 보인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나 유 대표는 이어 "이시영이 경기 도중 탈구된 어께를 스스로 끼워넣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했다"면서 "남은 기간 배우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복싱에만 '올인'한다면 이변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