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막말 공격, 조직적 움직임 의혹도 제기돼
"사법처벌·신원공개 등 적극 대응해야"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과정에서 공문서 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인터넷에서 전라도(광주)를 비하하는 댓글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영·호남 관련 기사가 뜰 때마다, 특히 호남 관련 기사에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이 붙는 게 일상화된 가운데 최근 광주가 유치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관련 기사에는 전라도를 폄하하는 댓글이 많게는 6천∼7천개씩 붙고 있다.

지난 28일 강운태 광주시장이 정부 문서 조작에 대해 사과하고 정부의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에는 29일 오전 현재 5천4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의 댓글은 건전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막말과 욕설로 얼룩졌다.

"전라도에서 웬 수영대회? 논에다 물 받아놓고 벼 쭉 심어서 1번 레인 2번 레인 만들게."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전라도에 짓는 거 반대해서 경주가 신청하자, 왜 경주에 주냐고 따지는 게 전라도다.

사람이 없어 무안에 공항 지으라고 해서 지어줬더니, 이용은 안 하는 게 전라도다.

"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와 전혀 무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들도 게시되고 있다.

또한 "강운태 시장 북괴로 가라", "전라도 공무원과 짜서 공문서 위조하고, 한국을 국제 망신 시킨 전라도 ⅩⅩ들이 무슨 권리로 한국에서 처먹고 살려고 해 죽던가 북괴로 가! 역적 ⅩⅩⅩ들아" 등 입에 담지 못할 메카시즘 공격도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시 안팎에서는 조직적으로 '음해댓글'을 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강운태 시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5·18 왜곡대책위원회가 5·18을 왜곡한 데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이후 5·18 왜곡 댓글이 줄었는데 당시 5·18을 비판했던 세력들이 수영대회 유치과정에서의 일부 잘못을 꼬투리잡아 강 시장과 전라도를 험하게 비난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강운태 시장 측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의 경우 건전한 토론문화와 양질의 댓글 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또는 특정 계층, 민족, 종교 등을 비하하는 단어들은 댓글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며 "오늘 중 포털 유해게시물 신고센터에 상식을 벗어난 댓글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 컬럼니스트 최보기(50)씨는 "인터넷에서 호남을 비하하는 댓글이 도를 넘었다"며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을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신원을 공개해야 하며 집단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 등 지역차별을 극복하는 시민운동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민(35·주부)씨는 "기성세대는 지역감정의 폐해를 잘 알고 있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악성 댓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우려스럽다"며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의 못된 행동을 근절하기 위해 사법적인 처벌과 별개로 범국민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