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 후원 '전성시대'] 스포츠·스타·스폰서 '3S 경제학'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채리티여자오픈과 롯데칸타타여자오픈 등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김보경과 바로 이어 에쓰오일챔피언스에서 정상에 오른 변현민. 두 선수는 모두 요진건설 소속이다. 당시 요진건설은 소속 선수가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새 기록을 작성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골프대회를 지켜본 사람들은 너나없이 두 선수의 모자에 새겨진 ‘요진건설’에 주목했다.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아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요진건설은 마침 일산에서 ‘Y시티’라는 브랜드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대대적으로 TV광고를 하던 중이었다. 골프대회 우승으로 인한 브랜드 노출 효과와 함께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변기식 요진건설 여자골프단장은 “소속 선수들의 3개 대회 연속 우승이 14년 전부터 준비해온 ‘주상복합 일산 요진 Y시티’ 분양과 맞물려 회사와 상품을 동시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회사가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유명 스타 마케팅 효과 ‘막강’

스포츠 스타는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다. 모자와 의류 등에 후원 기업의 로고를 부착하고 다니기 때문.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기업 이미지와 그대로 직결된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후원 종목은 단체보다 개인 경기가 많은 프로골프다. 구단처럼 덩치가 커지면 비용뿐만 아니라 선수 관리부터 사회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크다. 하지만 골프 선수는 초기 계약금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만 지급하면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게다가 프로암이나 VIP 초청라운드, 각종 이벤트 등에 소속 선수들이 참석해 얻는 부수적 효과도 크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남녀 프로골프투어 시드권자 246명(남자 130명, 여자 116명)을 대상으로 후원 기업을 조사한 결과 총 56개 기업이 182명(남자 74명, 여자 108명)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선수는 시드권자 116명 가운데 108명(93.1%)이 후원을 받아 남자의 56.9%를 압도했다.

골프 외의 다른 종목에서도 후원활동이 활발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괴물 투수’ 류현진 선수가 활약하면서 소속팀인 LA다저스와 관련된 국내 대기업들은 신바람이 났다. 현재 LA다저스 구장에 광고판을 설치하거나 관련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넥센타이어, 하이트진로, 오리온 등이다.

기업들은 류현진 선수 덕분에 브랜드 노출과 제품 홍보 등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류 선수가 대표 모델인 싼타페와 제네시스를 후원하는 행사를 가졌다. LG전자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주력 제품을 적극 노출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하이트진로는 참이슬로 만든 칵테일을 홈구장에서 판매했다.

금융 분야 활발한 선수 후원

스포츠 선수 후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금융업종이다. KB금융그룹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를 비롯 골프선수 박인비 양용은 양희영 안송이 정재은을 후원하고 있으며 여자프로농구단 ‘KB스타즈’, 사격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미국 LPGA투어에서 뛰는 유소연 김인경을 스폰서하고 ‘하나·외환 여자농구단’도 이끌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남자 선수 김경태 김민휘 한창원을 후원하면서 ‘에스버드 여자농구단’을 갖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메리츠금융, LIG손해보험 등은 4~7명의 골프 선수로 골프구단 형태의 팀을 꾸리고 있다. 미래에셋은 신지애 김세영 등을 뒷받침하며, KDB금융그룹은 박세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허윤경을 지원한다.

금융업종이 골프 선수 후원에 열심인 이유는 주요 타깃 고객이 골퍼들이기 때문이다. 이정 신한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장은 “금융업종의 주요 고객 대부분이 골프를 즐기는 분들이라 단기 실적보다 매년 골프대회를 계기로 VIP 고객을 초청하는 게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KT가 비씨카드를 인수합병하면서 소속 선수(김하늘 장하나 이정민 김혜윤)까지 넘겨받았다. 그동안 최나연 최경주 홍순상을 후원하며 활발한 골프마케팅을 전개한 SK텔레콤과 후원 라이벌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선수 후원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은행들은 저마다 골프구단 등을 만들어 TV를 통한 브랜드 노출을 노렸다. 초기에 삼화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 등이 선수 후원 효과로 예금 수신액이 증가하는 등 상당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무더기로 영업정지 사태를 맞으면서 선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