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7·삼성 라이온즈)이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프로야구의 홈런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만수, 김봉연, 장종훈 등 프로 초창기 홈런 타자의 맥을 잇는 토종 거포이자 타이론 우즈(전 두산), 심정수(전 현대·삼성) 등 맞수와의 대포 경쟁에서 늘 승리한 한국 최고의 홈런타자다.

역대 최다인 5차례 홈런왕, 최연소·최소 경기 200·300홈런,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개), 역대 최다인 7시즌 연속 30홈런 이상(1997∼2003년) 기록까지 이승엽은 길이 남을 홈런 이정표를 곳곳에 세웠다.

국내에서 352개의 홈런포로 프로야구 통산 최다 기록을 세운 그는 일본에서 뛴 8년간 159개를 합쳐 그는 프로 18년 동안 511방의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인으로 프로야구에서 500홈런은 물론 400홈런 이상을 때린 이는 이승엽뿐이다.

프로 통산 홈런 5위로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홈런을 친 41살의 노장 박경완(SK·314개)과의 격차는 국내 기록만 따져도 38개로 벌어졌다.

홈런 행진이 현재 진행형인데다 현재 나이로 볼 때 이승엽의 기록을 깰 선수는 보이지 않아 그가 쓰는 통산 홈런은 프로야구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공산이 짙다.

통산 홈런 순위 상위 20걸 중 이승엽의 기록 근처에 가볼 선수로는 15일까지 207개를 때려 15위를 달리는 김태균(31·한화) 정도가 꼽힌다.

그러나 이승엽과 같은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아닌데다 이승엽보다 무려 150개 가까이 뒤처져 있어 사실상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이승엽은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의 도입으로 한국에 건너온 용병 거포들과의 대포 전쟁을 펼쳐 30개 대에 머물던 홈런왕의 기준을 40∼50개로 확 끌어올렸다.

이승엽과 우즈가 쌍끌이하고 삼정수, 마해영, 이호준 등 토종 거포들도 뒤를 받치면서 한국프로야구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내리 시즌 1천 홈런을 달성하고 홈런 풍년을 만끽했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 관계로 홈런 양산을 이끌던 우즈와 이승엽이 차례로 일본으로 떠나자 2004년 이후 홈런 개수는 급감했다.

비록 통산 홈런 숫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승엽이 수많은 번외 경기에서 쏘아 올린 포물선은 소속팀 삼성과 한국야구대표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2년 LG 트윈스와 격돌한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9로 뒤지던 9회 터뜨린 극적인 동점 3점포는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디딤돌이 됐다.

곧바로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원년 구단 삼성은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관의 한을 털어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1라운드 결승에서 나온 8회 역전 투런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4강에서 쏘아 올린 8회 결승 투런 아치 등 이승엽은 국가대표 드림팀이 결성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총 11방의 홈런을 때려 한국 야구를 강국의 반열에 올려놨다.

그만큼 이승엽의 화끈한 한 방은 한국대표팀의 성적과 직결됐다.

방망이 한 자루로 아시아를 평정한 뒤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친정' 삼성에 복귀한 이승엽이 전매특허인 홈런 개수를 얼마까지 늘릴지 여전히 한국 야구의 중심에 서 있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창원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