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신은 제가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에게서 배우는걸요.

"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소녀'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의 쇼트트랙 종목의 총괄 책임자로 활약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기현(27) 매니저는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 실내빙상경기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다.

선수가 디비저닝, 결승을 거쳐 메달을 받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고기현의 손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고기현은 경기 일정을 확정하고 경기마다 심판을 배정한다.

반칙이 나오면 심판진과 함께 실격 여부를 판단한다.

심판진의 숙소 정하기부터 시상식 진행을 감독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고기현은 목일중학교 졸업을 앞둔 2002년 이름을 떨쳤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에 안긴 첫 금메달이었다.

이 금메달로 그는 한국 동계종목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대회를 준비하다가 생긴 팔꿈치 부상이 다 낫지 않았지만 통증을 참고 도전해 목표를 이뤄냈다.

그해 가을 대한민국체육상을 받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2008년에는 국내 체육인 최고의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다.

슬럼프에 빠진 이후 회복하지 못해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끝냈지만 그는 여전히 얼음판 위에 남았다.

연세대 사회체육과를 졸업한 그는 국내 심판 자격증을 취득, 국내 쇼트트랙 경기에서 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림픽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던 고기현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소개로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운영부장을 맡았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빛 질주를 펼친 그는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을 바라볼 때 따뜻함을 느낀다고 했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긴장해 신경이 날카롭죠. 그런데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이 항상 웃는 얼굴로 저에게 인사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고기현은 2일 강릉실내빙상경기장에서 열린 통합스포츠체험 이벤트 경기에 출전해 지적장애인 선수와 함께 계주 경기를 펼쳤다.

2003년 쇼트트랙월드컵 3,000m 계주 경기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그는 지적장애인 선수와 짝을 이뤄 경기를 펼쳤다.

고기현은 "선수들이 아직 계주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었는데도 잘 뛰어줬다"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하는 선수들의 올림픽 정신을 오히려 내가 배운다"며 웃었다.

그는 "스페셜올림픽에서 일한 경험을 자원 삼아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일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소망을 밝혔다.

(강릉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