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성을 앞세운 KT·수원이 ‘프로야구 10번째 심장’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11일 “지속적인 구단 운영 능력과 스포츠 산업 발전에 기여할 부분 등에서 조금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장성에서 부영·전북에 우위”

평가위원들은 지역균형론을 내세운 부영·전북보다 ‘시장성’에서 우위를 보인 KT·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자산 32조원이 넘는 KT가 20~30년 동안 장기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할 적임자라고 본 것. KT·수원이 강조해온 것처럼 수원시 인구만 115만여명인 데다 자동차로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경기 남부권 인구가 570만명이나 돼 전체 인구 187만명에 불과한 전북보다 관중 동원력에서 앞선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수도권 남부 교통 중심지로서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를 비롯해 인천의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흥행에 성공할 요소를 갖췄다는 점도 작용했다.

○돔구장 건설 구상으로 승부수

KT는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KBO에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을 내놓으며 과감하게 베팅했다. 80억원을 적어낸 부영의 2.5배 규모다.

또 야구인들의 염원인 돔구장 건설을 내걸며 막판 승부를 벌였다. 5000억원을 들여 서수원 지역에 돔구장을 짓겠다는 것. 이를 통해 제대로 된 돔구장이 없어 30여년간 국제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 한 야구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경기도가 인구 40만 이상 도시를 연고로 하는 독립리그를 출범시키기로 하고 구단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승리의 한 요인이었다. 2015년부터 고양 원더스를 포함해 6개 팀이 참여하는 독립리그를 우선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통신 3사 라이벌전 큰 기대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신규 구단 창단이 최종 결정된다. 평가위원회 결과를 토대로 KBO가 KT·수원을 승자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총회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총회는 신규 구단의 가입금도 결정한다. 가입금은 총회 승인 후 30일 이내, 예치금은 90일 이내에 내야 한다. 9구단 NC 다이노스는 프로야구 회원사 가입금으로 50억원을 냈다.

KT가 프로야구판에 합류하면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등과 통신 3사 라이벌전이 성사돼 많은 화제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창단이 승인되면 KT·수원은 올 하반기에 열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2014년부터 퓨처스리그(2군)에 참가한 뒤 2015년엔 본격적으로 1군 경기에 뛸 계획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KBO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준 것은 수원시민과 경기도민, 야구팬들의 적극적인 성원 덕분”이라며 “KBO와 구단주 총회에서 의미있는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쉬운 부영…홍보효과는 최고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전북-부영은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게 됐다.

그러나 유례없는 유치 경쟁이 벌어지면서 짧은 기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앞으로 11~12구단 시대가 도래한다면 첫 손에 꼽히는 후보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