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스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신지애(24·미래에셋)가 미국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75만달러)에서 우승하며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신지애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리버풀GC(파72·665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36홀을 동시에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2위 박인비(24)를 9타차로 따돌렸다. 악천후 속에서 언더파는 신지애가 유일했다.

신지애는 2008년 서닝데일대회 우승 이후 4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투어 통산 10승째이며 지난주 1박2일간 9번째 연장전 끝에 우승한 킹스밀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이다.

9타차 우승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이 2001년 메이저로 승격된 이후 사상 최다 타수차다. 이전에는 카렌 스터플스(영국)가 2004년 서닝데일에서 거둔 5타차였다. 2위와 최다 타수차 우승은 1949년 US여자오픈에서 루이스 서그스가 작성한 14타차다.

한국 선수들은 나비스코챔피언십(유선영), US여자오픈(최나연),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3개의 메이저 우승컵을 석권했다. LPGA챔피언십은 펑샨샨(중국)이 우승해 4대 메이저대회를 아시아 선수들이 싹쓸이했다.

5타차 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한 신지애는 1타를 줄였고 캐리 웹(호주)이 4타를 줄이며 추격해와 최종라운드는 3타차 선두로 출발했다.

그러나 1번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를 했다. 드라이버샷이 오른쪽 러프로 갔고 거기서 3번 우드로 친 볼이 고작 30야드 날아가는 데 그쳤다. 7번 아이언 세 번째샷은 그린 앞에 멈췄고 60도 웨지로 친 20야드 어프로치샷은 홀에서 6m가량 떨어졌다. 신지애는 거기서 3퍼팅을 했다. 다행스럽게 웹이 2번홀 더블보기에 이어 3, 4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하며 4타를 잃어버려 타수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신지애는 6, 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추격을 봉쇄했고 이후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하며 시종 웃음 띤 얼굴로 라운드를 즐겼다. LPGA 홈페이지는 ‘신지애가 9타차 선두로 최종홀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그날 처음으로 태양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2008년 비회원으로 3승을 거두고 2009년 투어에 데뷔한 신지애는 당시 ‘골프 여제’로 불린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대항마로 꼽혔다. 2009년 3승을 거둬 상금왕, 신인왕, 다승왕 등 3관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허리 부상에 시달리는 등 2년 가까이 무승에 그쳐 ‘한물 간 것 아니냐’는 비아냥과 ‘정신력이 흐트러졌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신지애와 동반플레이한 박인비는 18번홀 버디로 합계 이븐파를 기록, 폴라 크리머(미국)를 3위로 밀어내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9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이며 투어 상금랭킹 1위를 지켰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는 합계 9오버파로 공동 17위를 기록,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내 베스트 아마추어에게 주는 ‘스미스 살버상’을 받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