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며 36년만의 메달 가능성을 밝혔다.

그러나 9일(한국시간) 밤 열리는 세계 랭킹 1위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치려면 대표팀 간판 공격수 김연경의 활약만으로는 부족하다. 김연경이 중심을 잡아주되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되는 '토탈 배구' 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다.

김연경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국내 리그를 평정하고 일본 무대를 거쳐 유럽 무대에 진출한 김연경은 세계 톱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했다.

대표팀이 세계 랭킹 1위 미국, 2위 브라질, 3위 중국이 몰린 '죽음의 조' B조 예선을 뚫고 올라온 뒤 8강에서 랭킹 4위 이탈리아마저 꺾은 데는 김연경의 힘이 컸다.


하지만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김연경의 원맨쇼가 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연경은 조별 예선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맹활약 했지만 결과는 1-3 패배였다.

8강에서 맞붙은 이탈리아전을 복기하면 해법이 나올 수 있다. 1세트를 어이없이 내줬지만 2세트부터 김연경과 함께 양효진·한송이·황연주 등이 힘을 보태면서 나머지 세트는 손쉽게 잡아냈다.

주전 세터 김사니를 빼고 벤치에 있던 이숙자를 투입한 것도 효과를 봤다. 공격수에게 볼을 토스하는 세터가 바뀌며 공격 패턴 자체가 달라졌다. 김연경에 몰린 상대 견제를 분산시키며 적절히 공을 배분, 다른 선수들이 살아난 게 승리 요인이었다.

김연경의 비중이 대표팀에서 절대적이고, 상대팀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역이용하면 당황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김연경의 비중이 줄어들어야 대표팀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형실 대표팀 감독은 "집중 견제를 당하는 김연경의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며 "김연경 외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한국 여자 배구가 강적 미국을 이기고 사상 첫 올림픽 결승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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