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축구 국가대표를 지낸 이영표(34·밴쿠버 화이트캡스)는 사령탑을 믿고 기다려주지 않는 게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표는 27일 서울 신문로 가든플레이스에서 열린 밴쿠버 입단 기자회견에서 축구 대표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는 자리에서 오해와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발전 과정의 하나"라며 "자주 감독을 바꾸는 것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영표는 "대표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길 수는 없다"며 "대표팀이 가장 강할 때는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때"라고 말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허정무 감독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고 2002년과 작년에 월드컵 4강과 첫 원정 16강을 이룬 사실을 그 사례로 꼽았다.

이영표는 "우리는 또 기다리지 못했다"며 "남아공월드컵이 끝나고 4년이라는 준비 시간을 얻었지만 1년6개월을 잃어버리고 이제 2년6개월만 남아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의 임기는 반드시 4년 정도를 보장해 줘야 한다"며 "나쁜 성적에 따른 비난이 있더라도 축구협회, 언론, 축구팬들은 조바심으로 감독을 경질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기술위원회는 한국 축구 전반의 발전을 논의하는 기구인 만큼 위원들의 거취가 대표팀 부진 하나로 결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수비수로 뛰다가 올해 초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히딩크,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허정무, 조광래 등 무려 7명의 대표팀 감독을 대표팀 주축 선수로서 경험했다.

이영표는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에서 특급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면서 국내와 중동 구단에서 무수한 입단 제의를 받았으나 미국 메이저리그를 선택했다.

그는 "공부를 하고 싶어 아이스하키, 농구, 야구, 축구 같은 스포츠비즈니스가 발달한 미국을 선택했다"며 "은퇴 뒤에는 지도자보다는 축구 행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K리그에 복귀하는 것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 공부를 해서 나중에 한국 축구를 위해 애쓰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표는 다음 달 미국으로 건너간다.

옵션 1년을 포함해 밴쿠버와의 2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선수생활을 마감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