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은 축구대표팀이 박주영(아스널)-기성용(셀틱)의 '동반 결장' 위기를 이근호(감바 오사카)-손흥민(함부르크)-이승기(광주)의 고백업 트리오로 극복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UAE 대표팀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고 B조에서 3승1무(승점 10)로 선두를 지켰다.

2위 레바논(승점 7)과의 승점 차를 3점으로 벌린 대표팀은 오는 15일 3차 예선 5차전 원정에서 레바논을 이기거나 비기고, 쿠웨이트(승점 5)가 UAE(승점 0)에 비기거나 지면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지켜내 최종 예선 티켓을 따낸다.

한국은 5차전 상대인 레바논을 지난 9월 3차 예선 1차전 때 고양시로 불러들여 박주영(아스널)의 해트트릭과 지동원(선덜랜드·2골), 김정우(성남·1골)의 소나기골을 앞세워 6-0으로 대파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인 한국이 레바논(146위)을 앞서고, 지난 9월 첫 번째 만남에서도 월등한 실력 차로 대승을 거뒀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

무엇보다 기성용(셀틱)의 결장으로 중원의 무게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골잡이' 박주영마저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하게 돼 전력 누수가 심해졌다.

UAE와의 3차 예선 4차전에서는 홍정호(제주)가 기성용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수비력에서는 'OK' 사인을 받았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또 원톱 공격수로 나선 지동원(선덜랜드)마저 경기력이 떨어져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다 박주영마저 UAE전에 빠지게 돼 대표팀의 공격력 저하는 심해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광래 감독은 '주전급 백업 요원'을 앞세워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조 감독은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지만 UAE전에서 후반에 교체투입된 이승기, 이근호, 손흥민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이들은 소속팀에서 주전 멤버인 만큼 충분히 선발로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UAE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이근호는 청소년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거쳐 2007년 6월29일 이라크와의 친선경기 때 대표팀에 데뷔해 A매치 통산 38경기에 나서 10골을 터트렸다.

한때 박주영과 투톱을 이뤘던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과 올해 1월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거푸 탈락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 3월 '조광래호'에 첫 승선한 이근호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4-0승)에서 마무리골을 넣으면서 백업 공격수 자리를 차지했고, 이번 UAE 원정에서 교체출전해 귀중한 결승을 터트려 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손흥민도 UAE전에 후반시작과 함께 투입돼 빗장 수비에 나선 UAE 대표팀 수비진을 휘저으면서 중앙 공격의 기회를 만들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교체투입된 이승기도 적절한 패스타이밍으로 결승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 감독은 "손흥민과 이승기는 경험 부족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완수할 능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두바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