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에 있는 레인보우힐스골프장 동코스 3번홀.이곳에 오면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커다란 호수를 사이에 두고 3번홀과 4번홀이 감싸고 있는 풍광이 장관이다.

홀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한반도처럼 생긴 페어웨이가 눈앞에 펼쳐진다. 3면은 물에 둘러싸여 있다. 티샷은 대부분 물을 향해 날아간다. "아이쿠,목포 쪽으로 빠졌네." "난 포항 쪽이야."

80타대 초중반의 실력을 갖춘 서금렬 총지배인은 "열 번을 치면 세 번 정도만 육지에 안착한다"고 말했다. 물에 빠져도 좋다. 이런 홀에서 티샷을 할 수만 있다면.여성 회원들은 티잉그라운드가 물 바로 앞에 있어 "물에 들어가도 좋으니 뒤로 빼달라"고 아우성이다.

레인보우힐스는 동부그룹이 만든 골프장이다. 27홀 규모이며 세계적인 설계가 로버트 트렌드 존스 주니어가 설계했다.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스스로 감탄해 골프장에 시를 헌납하기도 했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레인보우 힐스 언덕/굽이굽이/라운딩하는 우리 곁에/봄의 꽃잎 흐드러졌네… 벙커는 놓아주지 않으려 하네….'

골프장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그에게 맡겨서 그런지 꽤 이국적이다. 거리를 알려주는 야드목도 없고 러프는 미국 골프장에서 본 것처럼 거칠고 투박하다. 인공장애물이 없는 점도 특이하다. 미국 본사에서 온 제임스 제프가 코스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54홀 정도는 지을 수 있는 땅에다 27홀을 만들어 코스가 널찍하고 시원시원하다. 하지만 페어웨어 폭은 야속하게도 매우 좁다. OB는 없지만 러프 쪽으로 공이 가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각오해야 한다. 티샷도 잘 쳐야 하지만 어프로치샷도 정확해야 한다. 결국 다 잘해야 한다는 소리다.

어느 홀에서도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티잉그라운드나 그린 옆 물은 너무나 깨끗하다. 양손으로 떠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인다.

동코스 6번홀은 등산하는 느낌이다. 그린에 오르면 해발 550m다. 클럽하우스와 온도 차이가 2~3도 난다. 내리막 7번홀(파5)은 '유혹의 홀'이다. 평소 드라이버샷보다 20~30야드 더 굴러가다 보니 '2온'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그린 앞에 놓인 벙커와 해저드가 예사롭지 않다.

서코스 8번홀에 가면 '말발굽 그린'이 있다. 그린 중앙에 벙커가 있고 말발굽처럼 생긴 그린이 벙커를 휘감고 있다. 서코스 9번홀 그린은 '대형 파도 그린'이다. 핀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골프를 체험하게 된다.

음성=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