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스 첫 취재에서 행운의 라운드 기회를 잡은 김홍열 한국경제신문 특파원.'싱글'인 골퍼들도 오거스타에서는 100타를 넘기 일쑤다. 이곳에서는 무턱대고 앞으로만 쳐서는 곤란하다. 그린을 공략할 때는 공이 어디로 흐를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쳐야 한다. 그린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해서 '마스터스' 대회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100돌이(18홀에서 평균 100타 정도 치는 골퍼)'가 체험한 오거스타 코스를 함께 돌아보자.

11일 오전 10시50분(현지시간),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린 오거스타내셔널GC의 1번홀 그린에 섰다. 오거스타 측이 마스터스 대회를 취재한 기자 500여명 중 30명을 선정,라운드 기회를 준 덕분이었다. 100돌이 기자에게 평생 이런 '홀인원'은 없을 게다.

마스터스의 기자실 담당 스티브 이튼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건네받은 전날 저녁부터 설렘에 잠을 설쳤다. 티오프 시간보다 한 시간 앞선 오전 9시50분께 클럽하우스에 도착,역대 마스터스 챔피언들이 사용한 라커를 배정받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올해 마스터스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5일 연습라운드 기간 때였다. 지난해 우승자 필 미켈슨을 인터뷰해보겠다고 라커룸 문 앞까지 뒤따라 갔다가 야멸차게 거절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라커룸은 일반인 출입은 물론 사진 촬영도 금지된 '성역'이다. 그린재킷과 미켈슨이 그린재킷을 입고 있는 대형 사진이 장식장에 보관돼 있었다. 관리자는 1975년 우승자 토미 아론의 명패가 붙어있고 그의 손때가 묻은 라커를 사용하라고 손짓했다. 아론을 비롯 잭 니클로스,아널드 파머,타이거 우즈,미켈슨 등 역대 우승자들의 라커도 보였다.

◆영국 독일 기자와 동반 라운드

라커에서 나와 한껏 들뜬 마음으로 첫 번째 홀의 티박스로 이동,동반자들을 만났다. 영국 기자 두 명,독일의 늘씬한 여기자 한 명이 한 팀이었다. 최고 30도를 넘어선 더운 날씨였지만 쾌청한 하늘에 이따금씩 불어대는 바람이 곁들여져 라운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핸디캡 20대 후반의 100돌이의 좌충우돌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영국 기자들도 100돌이 였지만 핸디캡 3이라고 밝힌 독일 여기자 앞에서부터 주눅이 들었다.

티박스는 '멤버(회원) 티'와 '마스터스(프로) 티'로 구분됐다. 여성 골퍼는 불허하는 마스터스이기에 레이디 티박스는 없다. 멤버 티는 전후반 거리가 모두 6365야드이며 마스터스 티는 총 7435야드다. 매 홀 평균 50~60야드 거리 차이가 있다. 100돌이에게 현실은 꿈과 달랐다. 오르막 페어웨이부터가 중압감을 안겼다. 365야드짜리 파4홀에서 힘껏 친 티샷은 200야드 근처도 못갔다. 어떻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기자에게 배정된 캐디 리처드 쾨니그는 그린까지 210야드 남았다고 했다.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풀숲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허둥지둥 올린 게 6온.유리알 그린이 1타를 더 잡아먹어 가볍게 4오버파로 첫홀을 마쳤다.

2번홀(파5 · 515야드)은 왼쪽으로 꺾어져 내리막을 탄 뒤 그린이 내려다 보인다. 100돌이의 기를 죽이는 핸디캡 1번홀이다. 티샷한 볼을 레이업하고선 스탠스가 편한 틈을 타 하이브리드 3번으로 갈겼다. 어이쿠,이번엔 내리막 중턱에 걸렸다. 100돌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탠스다. 오른쪽으로 슬라이스를 낸 뒤 6온 끝에 2퍼트.여기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렸던 우즈를 떠올리니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느껴졌다.

티박스에서 볼 때 100돌이에게도 만만해 보이는 세 번째 홀이다. 일단 페어웨이가 낮은 오르막이다. 음,깃대도 보인다. 오거스타 코스 중 가장 짧은 파4홀(350야드)이다. 자신감이 화를 불렀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서 티샷이 '수준 높은 볼'을 만들어냈다. 볼을 페어웨이로 몰고다니다가 샌드웨지로 겨우 6온했다. 기자를 포함한 세 명의 남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생하는 동안 독일 여기자는 깔끔한 샷을 날리며 더욱 기를 죽였다.


◆5번 홀에서 1m 붙여 파 잡아

전반 첫 파3홀인 4번홀(170야드)에서는 그린 오른쪽 러프에 볼을 빠뜨렸다. 운 좋게 핀 1m에 붙였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볼이 슬금슬금 미끄럼을 타고 내려 4m나 달아났다. 2단 그린이 함정이었다. 첫 퍼트를 다시 홀 1m에 붙여 보기로 홀아웃.5번홀(파4 · 400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이 약간 오른쪽으로 삐져나갔지만 오랜만에 빨랫줄 타구.동반자들의 박수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러프에서 두 번째 하이브리드 샷에 이어 세 번째 피칭 샷을 깃대 1m 거리에 떨어뜨렸다. "그린이 빠르다"는 캐디의 조언을 듣고 가볍게 터치했다. 와우,볼은 거짓말같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퍼트를 번쩍 치켜들고 만세를 불렀다. 파를 잡아낸 것이다.

파3인 6번홀(165야드)은 핀이 벙커 바로 뒤편에 아슬아슬하게 꽂혀 있었다. 게다가 그린마저 2단이다. 러프에서 올린 퍼트가 그린 상단을 타고 내려가 홀에 근접한 덕분에 더블보기로 만족했다.

7번홀(파4 · 330야드)에서도 꿈 같은 파를 잡았다. 티샷이 소나무 옆에 떨어졌으나 두 번의 아이언샷으로 온그린에 성공했고 내리막 2m 파 퍼트가 쏙.

하지만 또 좌충우돌이 시작됐다. 8번홀(파5 · 480야드) 더블보기에 이어 9번홀(파4 · 395야드)은 어떻게 쳤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실수를 연발했다. 전반은 이렇게 끝났다.

오거스타=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