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주 출신인데도 한 사람은 선두권에 나서고,한 선수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둘의 희비를 가른 것은 바람이었다.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PGA내셔널골프장 챔피언스코스(파70 · 길이 7158야드).그러잖아도 어려운 코스에 시속 40㎞에 달하는 강풍까지 불었다. 144명의 선수 가운데 8명만 언더파를 기록했다. 6명은 80타대 스코어를 냈다. 이날 평균 스코어 73.8타(3.8오버파)는 지난해 US오픈 이후 최악이었다.

'바람의 아들'로 불릴 만큼 맞바람 속에서 샷을 잘하는 양용은(39)은 2언더파(버디4,보기2) 68타로 선두와 1타차의 공동 2위에 자리잡았다. 양용은은 특히 잭 니클로스가 새로이 설계하면서 고난도로 만들어놓은 '베어 트랩'(15~17번홀)을 '파-파-파'로 지나면서 주목받았다. 양용은은 "이런 날은 보수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며 "매 홀 파를 목표로 했고,이븐파를 치면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드라이버샷 거리(278.5야드)는 짧았으나 샷 정확도(드라이버샷 71.4%,아이언샷 66.7%)는 좋았다.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든 그린에서도 그의 플레이(총 퍼트 28개,홀당 퍼트 1.833개)는 흠잡을 데 없었다. 양용은은 2년 전 이곳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투어 첫승을 올렸다.

첫승을 노리는 스펜서 레빈(미국)은 3언더파 67타로 선두에 나섰다. 레빈은 "핀이 흔들리고,그린에서 어드레스하면 퍼터가 움직일 정도로 바람이 센 상황에서 스코어는 치솟았다"고 이날 상황을 전했다.

바람의 희생양 중에는 아담 스콧(호주)과 강성훈(24 · 신한금융그룹)이 끼였다. 스콧은 15번홀(길이 179야드)에서 4번아이언 티샷이 바람에 밀려 물에 빠져버렸다. 드롭 존에서 홀까지 100야드를 남기고 9번아이언으로 공략해야 할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스콧은 결국 이 홀에서 5오버파 8타를 치고 말았다. 이른바 '퀸튜플(quintuple) 보기'다.

투어 '이글왕' 강성훈은 제주 출신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맥없이 무너졌다. 버디는 단 하나도 잡지 못하고 보기 6개와 더블보기 4개로 14오버파 84타(41 · 43)를 치고 말았다. 최하위권이다. 장타력(평균거리 290.5야드)은 돋보였지만 샷은 들쭉날쭉했고,퍼트 수는 34개로 많았다.

54세의 '베테랑' 닉 프라이스(짐바브웨)는 이븐파 70타(공동 9위)로 선전했다. 그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고 해서 지난해까지 쓰지 않았던 롱아이언을 다시 골프백에 넣었다. 이런 날은 인내심 싸움이다"고 말했다. '루키' 김비오(21 · 넥슨)는 공동 20위(1오버파),앤서니 김(26 · 나이키골프)은 공동 34위(2오버파)에 자리잡았고 위창수(39 · 테일러메이드)는 세계랭킹 3,4위인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 등과 함께 공동 45위(3오버파)에 올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