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경기연맹 "제도적으로 더욱 보완해서 짬짜미 근절할 것"

올해 '짬짜미 파동'으로 심한 홍역을 치른 한국 쇼트트랙이 또 술렁이고 있다.

이번에는 고등학생이 출전한 대회에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혐의가 불거지면서 국가대표 출신 유명 코치 A(45)씨에게 사전구속영장까지 발부됐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고3 제자들이 입상하게끔 경기 결과를 짜맞춘 혐의(업무방해)로 A씨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코치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경기는 지난 3월초 열린 '성남시장배 전국 중고 남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이다.

지난 4월께 대표선발전 짬짜미 파문이 부각되기 직전에 치러졌다.

그동안 경찰 내사가 이뤄지다가 9개월이 지난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세간에 관련 내용이 알려지게 됐다.

최근 대회는 아니지만 잠잠해지던 '짬짜미 사건'이 또 다른 형태로 도마에 오르자 대한빙상경기연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현역 코치에게 구속 영장까지 발부되는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해당 코치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는 말은 전해 들었지만 구속 영장까지 발부될지는 몰랐다"라며 "다른 현역 지도자와 선수들이 짬짜미 파문을 딛고 일어서려는 와중에 또 이런 일이 터져 당혹스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빙상연맹은 일단 이 코치 등에 대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볼 계획"이라며 "유죄 여부에 대한 판결이 나오면 상벌위원회 등을 열어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트트랙은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정수(단국대)가 코치로부터 출전하지 말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짬짜미 파문'이 터져 나왔다.

선수와 코치들이 거듭 폭로전을 펼치면서 한국 쇼트트랙에 짬짜미가 관행처럼 자행된 사실이 알려졌다.

평소 개인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선수들이 함께 훈련한 동료의 순위를 높여주고자 경기 중 서로 도와줬다는 것이다.

이번에 불거진 '고등학생 짬짜미'도 코치들은 고3 선수들이 입상할 수 있도록 담합해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코치들은 미리 1~3위 우승자를 정해 선수를 지시에 따라 맞춰 달리게한 혐의를 받고있다.

빙상경기연맹은 국가대표 선발전 짬짜미 파동 이후 이런 관행을 없애고자 국가대표 선발전에 타임레이스(일정 구간의 통과 속도를 겨루는 방식)를 도입했다.

작전을 빙자한 밀약 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순수한 속도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트랙을 도는 기술보다는 힘과 체력만 강한 선수가 뽑힐 수 있다"는 일부 비판 속에서 새로운 국가대표 선발전은 치러졌다.

하지만 새롭게 선발된 쇼트트랙 선수들은 이달 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땄고 4차 대회에서는 전체 금메달 10개 중 8개를 휩쓸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국가대표가 아닌 어린 학생들도 짬짜미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한국 쇼트트랙으로서는 '짜고 치는 종목'이라는 불명예를 털어버리는데 더욱 노력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빙상경기연맹의 한 고위 간부는 "작은 규모의 대회에서 코치와 선수들이 매우 은밀하게 담합하는 것까지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지난 짬짜미 파동 이후 승부조작 사실이 발각되면 영구제명 등의 강력한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을 알렸기 때문에 최근에는 비슷한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문제가 된 성남시장배 대회도 폐지됐다고 전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빙상경기연맹도 타임레이스 등 새롭게 도입한 경기 운영 방식을 계속해서 보완하는 등 제도적으로 짬짜미를 완전히 근절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를 취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