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하고는 하나은행 챔피언십 때 얘기를 일부러 하지 않고 있어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에 빛나는 최나연(23.SK텔레콤)과 김송희(22.하이트)는 골프계에서 둘 도 없는 '절친'이다.

김송희와 최나연은 중학교 시절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골프를 배우면서 우정을 키웠고, 김송희가 한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자 최나연도 뒤를 이어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올랜도에 사는 집도 김송희가 소개해줬고, 같은 스윙 코치에 연습라운드도 함께 하면서 깊은 우정을 쌓아왔다.

이런 가운데 김송희와 최나연은 지난 10월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맞아 공교롭게 '챔피언조'에서 경쟁했고, 최나연은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던 김송희를 제치고 대회 2연패의 기쁨을 맛봤다.

매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던 김송희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또 한 번 우승의 기회를 넘기고 말았다.

김송희는 최나연의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진심 어린 포옹으로 축하를 해줬지만 최나연의 속은 그리 편하지 못했다.

16일 오후 시내 한 음식점에서 취재진들과 만난 최나연은 "송희하고 평소에도 '우리가 마지막 조에 함께 들어가면 서로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재미있게 치자'라는 얘기를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마음이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최나연은 "그날 우승하고 나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송희를 찾았는데 벌써 집에 가고 없었다"며 "우승을 놓치면서 기분이 좋지 않게 돌아간 것 같다.

클럽하우스에서 눈물도 흘렸다는 얘기도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집에 잘 들어갔니?'라는 문자를 보냈더니 '우승 축하해!'라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송희랑도 그때 얘기를 별로 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불쑥 물어보면 난감하다"며 "가까운 친구들이나 가족이 한 마디만 해주면 송희도 괜찮아질 것 같다"며 "갑자기 송희한테 '왜 뒷심이 약하냐' 이런 얘기는 해주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최나연은 다음 시즌 준비에 대해 "겨울에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

미국 사람들에게 더 많이 한국을 알리고 편하게 생활하고 싶다"며 "스스로 겨울 훈련 일정을 오전 6시 기상에 오후 8시30분까지 훈련으로 짰다.

나와의 약속인 만큼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최나연은 오는 27일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 멘탈 코치를 만나고 나서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동계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