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년 후 런던올림픽이다. 박태환(단국대 · 21 · 사진)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 18일 광저우아시안게임 수영 마지막 경기인 자유형 1500m와 혼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닷새간의 레이스를 마쳤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7개(금3,은2,동2)의 메달을 따냈다. 4년 전 도하아시안게임(금3,은1,동3)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박태환은 경기를 마친 후 "기록에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며 만족해했다.

'마린보이의 부활'을 알린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메달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고 400m에서는 한국 신기록이자 올해 세계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쑨양과 장린 등 라이벌들의 부진으로 금메달을 딴 것이 아니라 자신을 뛰어넘어 정상에 섰다는 얘기다.

박태환은 200m에서 1분44초80을 기록,세계기록에 1초20차로 다가섰으며 400m도 3분41초53으로 끌어올렸다.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파울 비더만(독일)과 불과 1초44차다.

특히 세계 수영계는 박태환이 올해부터 첨단 수영복 착용이 금지된 이후 최고 기록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태환의 부활을 도운 마이클 볼 코치(호주)는 "마이클 펠프스(미국)나 비더만에게도 큰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 특유의 승부근성이 되살아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자유형 100m에서 50m지점을 돌 때까지 5위에 머물렀지만 마지막 스퍼트로 역전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박태환은 이날 도핑 테스트를 받은 탓에 왼팔에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 1위를 확인한 후 포효하는 박태환의 모습은 먹이를 낚아챈 맹수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기세라면 올림픽 다관왕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볼 코치는 "200m와 400m 기록은 무서울 정도로 좋았다.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