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한국 남자 유도의 간판 김재범(25.한국마사회)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의 여세를 몰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2인자'라는 오명을 깨끗이 씻어냈다.

14일 광저우 화궁체육관에서 치러진 남자 유도 81㎏이하급 결승에서 김재범은 우즈베키스탄의 쇼키르 무니노프(우즈베키스탄)와 결승에서 상대의 지도 3개를 빼앗아 절반을 만들고 나서 곧바로 안다리걸기로 한판승을 만들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 남자 81㎏이하급 금메달을 목에 건 김재범은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기 직전까지 '비운의 사나이', '2인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붙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처음 도복을 입은 김재범은 2004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선사하며 유망주로 이름을 얻었다.

특히 그해 11월에는 제42회 대통령배대회 73㎏급에서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를 꺾고 우승하면서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재범의 역도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73㎏급에서 이원희-왕기춘과 삼각구도를 이루면서 팽팽한 접전을 펼쳤던 김재범은 체급을 바꾸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김재범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10개월 앞두고 원래 체급이던 73㎏급에서 81㎏급으로 올렸다.

키가 178㎝로 큰 편이라 73㎏급에서 체중 조절이 쉽지 않아 내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원희와 왕기춘을 피해 도망간다는 뜬소문이 퍼졌고, 올림픽이 1년도 안 남았는데 체급을 올리는 것은 도박이다는 지적도 이어지며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김재범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과도한 훈련으로 간을 상해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쳐 은메달에 그쳤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갈비뼈가 부러지는 불운을 이어졌다.

끝내 동메달을 따내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금메달을 놓친 게 한이 됐다.

하지만 김재범은 지난달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81㎏ 이하급에 출전해 브라질의 레안드로 길헤이로를 꺾고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재범의 금메달은 한국 남녀대표팀을 통틀어 유일한 '황금빛 메달'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의 여세를 제대로 살린 김재범은 당면 목표로 내세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를 발판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통해 베이징 은메달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재범은 "당장 목표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두 번째 실수를 하지 않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저우=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