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여세를 몰아 완벽한 우승을 쟁취하겠다"(SK)
"분위기를 바꿔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겠다"(삼성)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2차전에서 뜻밖에 일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SK와 삼성이 18일 대구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승부의 분수령이 될 운명의 3차전을 벌인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조용히 한국시리즈를 준비해 온 SK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홈 문학구장에서 거침없는 2연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한 번도 1차전에 승리한 적이 없었던 SK는 올해 처음으로 1, 2차전을 내리 따내면서 기세가 크게 올랐다.

SK는 여세를 몰아 3차전까지 잡고 일방적인 우승에 디딤돌을 놓겠다는 의지로 대구 원정길에 나선다.

반면 삼성은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매 경기 1점차 대결을 벌이며 힘이 빠진 탓에 2연패를 당했다.

지금까지 한국시리즈에서 3연패를 당하고 역전 우승에 성공한 팀은 전혀 없기 때문에 3차전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역전 우승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27차례 펼쳐진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우승은 모두 5차례 나왔다.

그중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가 두산에 2연패 뒤 4연승으로 우승한 것이 가장 큰 역전 기록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삼성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SK와 대구구장에서 맞붙었을 때 6승4패로 강했다는 것을 희망으로 삼고 홈으로 향한다.

두 팀은 각각 3차전 선발투수로 카도쿠라 켄(SK)과 배영수(삼성)를 예고했다.

카도쿠라는 한국에서 2년째를 맞은 올해 30경기에 등판해 14승7패와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성근 감독이 스스로 "변칙에 변칙을 거듭하며 시즌을 꾸렸다"고 말할 만큼 보직 파괴가 일반화된 SK 마운드에서 김광현과 함께 단 둘뿐인 붙박이 선발로 역할을 다했다.

삼성과 경기에는 대구구장에서만 2차례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호투했다.

뜻밖에 카도쿠라를 1, 2차전에 내지 않고 3차전으로 미뤄 둔 김성근 감독의 전략이 먹혀들지 관심이 간다.

이에 맞서는 삼성의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는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결전에 나선다.

2007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시련을 맞았던 배영수는 올해도 정규리그에서는 31경기에 등판해 6승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4로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 3경기에서 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며 베테랑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무너진 불펜을 버텨주었던 배영수는 4일을 푹 쉬고 등판하는 터라 호투가 기대된다.

다만, 올해 SK와 경기에 3차례 등판해 2패만 떠안고 평균자책점도 5.82로 나빴던 것이 불안한 부분이다.

나란히 강력한 투수력을 앞세워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두 팀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정반대 사정이 됐다.

SK는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이승호를 비롯해 송은범과 정대현 등 벌떼 계투가 나란히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으며 무너진 선발진을 받쳤다.

반면 삼성은 믿었던 좌완 투수 권혁이 플레이오프부터 계속된 부진을 털어버리지 못한 가운데 오승환과 권오준 등이 SK 타자들에게 여러 차례 얻어맞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정현욱과 안지만이 각각 ⅓이닝 무실점, 1⅔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구위를 선보였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삼성 불펜 투수들이 정규리그에서 5회 리드시 53경기 연속 승리를 지켰던 삼성 투수들이 하루를 쉬고 홈에서 맞는 3차전에서 힘을 되찾을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격에서는 두 팀 모두 고민이 있다.

SK는 베테랑 타자들의 활약과 화끈한 홈런포에 힘입어 2연승을 거뒀지만, 아직 공격의 짜임새는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모양새다.

1, 2차전에서는 도루에 실패하거나 삼성 투수의 견제에 당해 공격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현란한 작전으로 상대를 흔들어 승리를 챙기는 특유의 끈끈한 야구가 되살아나야 꿈꾸던 'V3'를 더욱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삼성 역시 5번 타자 채태인이 플레이오프부터 계속 부진한 데 이어 2차전에서 신명철도 무안타에 그치면서 '5번 타자' 고민이 깊어졌다.

선동열 삼성 감독이 타순에 생긴 '구멍'을 메울 묘안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타격 부활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