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프로골프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은 명성에 걸맞게 첫날부터 명품샷을 쏟아냈다. 좀처럼 보기 드문 파4홀 이글이 4개나 나왔는가 하면 14개홀 티샷 모두가 페어웨이에 떨어지는 '컴퓨터 샷'도 볼 수 있었다.

미국LPGA투어프로 신지애(22 · 미래에셋)와 최나연(23 · SK텔레콤)은 시차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도 단 하나의 보기도 없는,무결점 플레이를 펼쳐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았다.

첫날 스포트라이트는 신지애에게 쏠렸다. 신지애는 최다 갤러리(약 500명)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세계랭킹 3위의 정상급 샷을 선보이며 6언더파 66타로 단독 1위에 나섰다. 이정은(21 · 호반건설) 이보미(22 · 하이마트)와 함께 마지막 조로 플레이한 신지애는 1번홀(파4 · 길이 358m)부터 '함성'을 자아냈다. 드라이버샷에 이어 홀까지 148m를 보고 친 하이브리드(로프트 23도) 샷이 홀 앞에 떨어진 후 곧바로 시야에서 사라진 것.좀처럼 보기 드문 파4홀 이글이었다.

신지애는 "지금까지 파4홀에서 이글을 잡은 경우는 많지만,첫 홀에서 이글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첫 홀에서 단숨에 2타를 줄인 신지애는 시차 · 코스 적응이 덜된 듯 파행진을 거듭하다 짧은 파4인 6번홀(310m)에서 첫 버디를 잡았다. 두 번째 샷을 홀 옆 2.5m지점에 떨군 후 내리막 퍼트를 성공한 것.상승세를 탄 신지애는 7번홀(파3)에서 2.5m버디퍼트를 홀에 넣은 데 이어 8번홀(파5)에서 또 한번 큰 박수를 받았다. 홀까지 80m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홀 앞 20㎝에 멈춘 것.'이글성 버디'였다. 신지애는 18홀 중 가장 어렵다는 9번홀(파4 · 356m)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났으나 뛰어난 쇼트게임으로 파를 세이브,전반을 5언더파로 마쳤다.

신지애는 이날 파3홀을 제외한 14개의 파4,파5홀에서 티샷이 모두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 100%였다.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벗어난 것은 9번홀이 유일했다. 그린적중률 94.4%의 고감도 샷이었다.

신지애의 라이벌은 역시 미국에서 온 최나연이었다. 최나연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차곡차곡 스코어를 줄여가며 4언더파 68타를 쳤다. 허윤경(20 · 하이마트) 김혜윤과 함께 공동 2위다. 선두 신지애와는 2타차다. 최나연도 보기 없이 버디만 전 · 후반에 두 개씩 잡았다.

허윤경은 급한 내리막인 14번홀(파4 · 368m)에서 두 번째 샷이 홀에 들어가 이글을 잡았다. 또 이현주는 신지애와 같은 1번홀에서,심현화는 드라이버샷을 가로질러치는 16번홀(파4 · 366m)에서 이글을 기록했다. 파5홀에서 이글이 없었던 반면 파4홀에서만 신지애 이현주 허윤경 심현화 4명이 이글을 한 것.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 사상 한 라운드에서 '파4홀 이글'이 네 차례나 나온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108명 가운데 첫날 20명만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코스가 상대적으로 긴 데다 그린이 까다로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선수들 가운데 시즌 상금랭킹 3위 양수진(19 · 넵스)은 3언더파 69타로 공동 5위에 올랐고,'디펜딩 챔피언' 이정은은 2언더파 70타로 공동 10위다. 올 시즌 첫 승을 노리고 있는 서희경(24 · 하이트)은 3오버파 75타로 공동 62위에 머물렀다.

한편 신지애 최나연 허윤경은 17일 오전 9시33분 마지막 조로 2라운드를 시작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