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조건과 스피드가 뛰어난 저돌적인 공격수다.

수비수들이 위협을 느낄만하다"(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

조광래(56)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란과 평가전(9월7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에 나설 해외파 선수 14명의 명단을 24일 오전 발표한 가운데 190㎝의 장신 스트라이커 석현준(19.아약스)의 이름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석현준은 동양인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가' 아약스와 지난해 1년 6개월 계약을 했고, 지난 시즌에는 2군 리그 9경기에 출전해 8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1군과 2군을 오가며 가능성을 입증받았다.

석현준은 특히 지난 5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의 공격수로 뽑히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이번에 조광래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처음 A대표팀에 발탁돼 한국 축구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공격수로서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석현준이 축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8년 충주 교현초등학교 1학년 때다.

4살 때부터 태권도와 합기도를 배우며 유연성을 키웠던 석현준은 유달리 공을 차는 것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축구부 합숙에 합류하면서 축구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10년 동안 아마추어 권투선수 생활과 신인왕전까지 나섰던 아버지 석종오(47)씨의 운동 신경과 키가 187㎝나 됐던 할아버지의 '하드웨어'를 타고난 것.
석현준의 아버지 종오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보통 초등학교 3-4학년부터 합숙훈련을 하는데 현준이가 형들보다 볼을 잘 차면서 감독의 권유로 축구부에 들어갔다"며 "원래 초등학교 때까지만 시키려고 했는데 현준이의 의지가 워낙 강해 본격적으로 뒷바라지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충주에서 23년 동안 자동차정비공장을 해왔던 석씨는 직업을 버리고 박스 제조 공장의 영업사원으로 변신해 아들 뒷바라지에 나섰고, 석현준은 대동초등학교(서울)로 전학하고 나서 백암중(용인) 축구부로 진학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부모님의 이혼이 겹치면서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석현준은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석씨는 "현준이가 중학교 2~3학년 사이에 키가 23㎝나 자라면서 성장통으로 많이 아팠을 텐데 내색도 하지 않았다"며 "친구들한테도 축구를 잘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 부모의 이혼까지 겹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일찍 철이 들면서 잘 이겨냈다"고 대견스러워했다.

특히 중학교 때 갑자기 키가 크면서 신체 밸런스가 무너진 석현준은 벤치 신세를 많이 지며 낙담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해 힘과 유연성을 기르면서 지금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백암중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간혹 공격수 역할까지 했던 석현준은 백암고에 진학하면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고, 신갈고로 전학한 뒤 본격적으로 대학교 스카우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석현준은 유럽진출을 원했고, 신갈고 3학년 때인 지난해 2009년 에이전트와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노크했지만 테스트 기회를 잡지 못해 애를 태워야만 했다.

이 때문에 석현준은 일본 J-리그로 방향을 선회하고, 테스트를 받으러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전날 네덜란드 아약스로부터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는 서신을 받고 지난 6월 아약스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아약스의 사령탑인 마틴 욜 감독은 석현준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난 1월 석현준과 정식 입단계약을 맺었고, 석현준은 지난 2월 로다JC와 홈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르면서 아약스 유망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7월 첼시와 프리시즌에서 골까지 넣었던 석현준은 아직 이번 시즌 정규리그 경기에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여전히 아약스의 기대주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석현준의 에이전트는 "최근 마틴 욜 감독이 석현준과 면담을 통해 '너는 2년 뒤에 아약스의 주전 공격수가 될 것이다.

배우면서 천천히 가자'며 위로해줬다"며 "현재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감독의 신임을 받는 공격수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