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축구대표팀 주전 공격수 박주영(25.AS모나코)이 월드컵 불운에 다시 고개 숙였다.

박주영은 17일 오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17분 자책골을 기록했고, 결국 한국 대표팀은 1-4로 졌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왼쪽 측면에서 차올린 프리킥이 골문 앞에 있던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방향이 꺾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박주영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경기 초반 내준 의외의 실점은 결국 대패의 빌미가 됐다.

`축구 천재' 박주영에게 이번 대회는 2006년 독일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다.

한국 대표팀의 키 플레이어로 프랑스 리그에서도 맹활약하는 박주영이지만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인 월드컵은 이상하리만치 그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박주영은 독일 월드컵 때 토고와 1차전, 프랑스와 2차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스위스와 3차전에서 처음으로 출격 명령을 받았다.

당시 1승1무였던 한국은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스위스와 맞대결에 전반 23분 선제 결승골을 허용했다.

하칸 야킨이 미드필드 우중간에서 찬 왼발 프리킥을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헤딩으로 골문에 꽂아 넣었다.

공교롭게도 이때 프리킥을 박주영이 내줬다.

박주영은 트란퀼로 바르네타를 손으로 잡아끌다 경고를 받았고, 결국 프리킥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선발 출전한 박주영은 66분을 뛰고 후반 21분 설기현과 교체됐고, 한국은 한 골을 더 내주고 0-2로 져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박주영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리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은 2-0 승리를 거뒀지만, 박주영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는 등 `박주영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앞두고 "내가 쉽게 해결하면 팀도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회를 만드는 것도 내 임무"라며 해결사로서 면모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일은 엉뚱한 쪽으로 흘렀다.

아르헨티나는 그에게 쉽게 잊히지 않을 악연으로 남게 됐다.

한국 대표팀은 23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아르헨티나에 완패했어도 아직 16강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박주영은 여전히 허정무호의 공격을 이끌어야 할 주포다.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도 박주영을 위해 "(자책골은) 주영이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실점한 것이다.

이 일로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며 나쁜 기억은 빨리 털어내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