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 '열전' 속으로] 나이키 '앰부시 마케팅' 성공…FIFA 파트너 아디다스 밀어내
나이키가 2010 남아공월드컵 초반에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키는 1997년 이후 올림픽이나 월드컵 주최 측과 스폰서 및 파트너 계약을 맺지 않은 채 앰부시(비공식적으로 숨어서 노출 시키는)마케팅 효과를 올리기로 유명하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이 온라인에서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 이슈화 정도를 조사한 결과 국제축구연맹(FIFA) 후원사가 아닌 나이키가 30.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닐슨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블로그 게시판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해당 기업의 이름이 영어로 언급된 횟수를 분석했다. 나이키는 FIFA의 공식 파트너인 아디다스(2위)보다 두 배가량 자주 등장했다. 나이키는 웨인 루니(잉글랜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등장하는 동영상 캠페인 '나이키의 서사시,미래를 쓰세요'를 경쟁사인 아디다스보다 일찍 인터넷에 올려 조회 수 220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나이키는 특히 지난 12일 한국과 그리스전에서 한국의 승리 덕을 톡톡히 봤다. 이 경기에서 한국팀은 나이키,그리스팀은 아디다스 로고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대리전을 벌인 끝에 나이키가 완승을 거둔 것이다.

비후원사의 선전은 나이키뿐만이 아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활용한 칼스버그 광고 '팀 대화'는 조회 수 100만건으로 점유율 6위에 올랐다.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코카콜라(3위)와 소니(4위)만큼은 아니지만 펩시(8위)와 파나소닉(10위)도 비후원사치고 선전했다. FIFA 파트너인 현대 · 기아차는 2.4%의 점유율로 9위를 차지했다.

피트 블랙쇼우 닐슨 디지털전략 부사장은 "이번 조사는 글로벌 스포츠 행사의 스폰서가 되지 않더라도 강렬하면서도 요령 있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난 기업 브랜드는 역시 파트너와 스폰서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 · 마케팅 전문지 애드버타이징에이지는 이번 닐슨 조사 결과 온라인 점유율 상위 5곳 중 4곳은 월드컵과 공식 관계를 맺은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웹에서 코카콜라는 펩시보다 5배 이상,비자는 마스터카드보다 15배 이상 언급됐다.

FIFA는 월드컵 기간에 비공식 기업들의 교묘한 마케팅을 강력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며 지식재산권을 위반하거나 공식 로고를 위조하는 행위를 엄벌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