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송ㆍ출판물 봇물, 영화관도 개방
미술.공연계ㆍ박물관, '월드컵 마케팅'으로 수세→공세 전환


문화팀 =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한국시각 6월 11일)이 다가오면서 문화계가 그 열기에 세를 보태고 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다양한 기폭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회 개최지인 남아공을 소개한다든가 축구나 월드컵 역사를 다룬 출판물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가요계에서는 이미 월드컵송이 쏟아지고 있다.

연극을 비롯한 공연계는 월드컵과 연계한 마케팅에 나설 움직임이며 패션계는 이번 월드컵이 아프리카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 착안, '아프리칸 룩'도 선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경기 당일 대형 스크린을 설치,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응원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규모 스포츠 행사는 문화계와 그리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대회 기간을 즈음해 서점이나 영화관, 박물관, 갤러리 같은 문화시설에는 고객이 급감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허정무호가 선전하고 대망의 16강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문화계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들 또한 붉은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칠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희비교차 방송계 = SBS가 이번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게 됨으로써 방송가의 월드컵 열기는 예전만은 못해 보인다.

SBS와 공동 중계를 위한 협상이 실패하면서 월드컵 중계가 어려워진 MBC와 KBS는 특집프로 제작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다.

월드컵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지만 편성이 확정된 특집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KBS 관계자는 "화면이 부족해 뉴스조차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확정된 특집 프로는 없다"고 전했다.

반면,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한 SBS는 대형 이벤트 프로그램과 응원전, 특집 다큐멘터리를 내세워 홀로 월드컵 바람몰이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7회로 나눠 제작, 방송한다.

이휘재와 김민준 등 MC 10명이 주축이 돼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염원하며 국민 100만명의 얼굴 사진으로 초대형 태극기(30×20m)를 만들어 남아공 현지에서 응원을 펼친다.

한국전을 앞두고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국민응원 대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6월에는 특집 다큐멘터리 '붉은악마'와 '국가대표 100일의 기록', 축구 선수 김병지와 부산 '소년의 집' 아이들의 남아공 방문기를 담은 '소년들, 월드컵 가다'가 방송된다.

◇월드컵송 '봇물' 가요계 = 월드컵 특수를 의식한 가요계에는 이미 월드컵송이 봇물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김장훈과 싸이를 비롯해 애프터스쿨, 티아라, 카라,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등의 걸그룹, 노브레인과 레이지본, 피아 등 밴드까지 장르를 아우른 가수들이 대거 월드컵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두드러진 특징은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KT와 현대자동차를 비롯, SKT 등 기업의 월드컵 광고 모델로 나선 가수들도 CM송으로 월드컵송을 출시한다는 점이다.

SKT 모델인 김장훈과 싸이는 '울려줘 다시 한번'과 '다시 한번 대한민국' 등 2곡을 이미 발표하며 월드컵 바람몰이에 나섰다.

같은 브랜드 모델인 브라운아이드걸스와 포미닛이 함께 부른 '다시 한번 대한민국'도 다른 버전을 출시했다.

또 현대자동차 모델인 빅뱅과 '피겨요정' 김연아는 '승리의 함성(The Shouts Of Reds Part2)'을 록밴드 트랜스픽션과 함께 노래했다.

KB금융그룹 모델이기도 한 김연아는 이승기와 또 다른 월드컵송도 출시한다.

카라는 삼성전자 3D TV의 홍보용 콘텐츠로 월드컵송 '위어 위드 유(We're with you)'와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으며 애프터스쿨은 KT.현대자동차와 손잡고 붉은악마가 제작하는 음반에 참여해 '드림스 어게인(Dreams Again)!'을 노래했다.

몇몇 가수는 독립적으로 응원가를 발표해 월드컵 체제에 돌입했다.

티아라는 16강 기원 응원가로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레이지본은 맹인 소년소녀 합창단인 '빛소리 중창단'과 함께 '우린 모두 챔피언', 피아는 축구 대표팀 주장인 박지성 응원가로 '위 네버 고 얼론(We Never Go Alone)!'을 디지털 싱글로 각각 출시했다.

이들 가수는 축구 대표팀의 결전이 있는 날 기업들이 마련한 대규모 응원 무대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축구를 위한 영화관 = 영화 비수기인 월드컵 시즌에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한국팀 경기를 고화질 영상과 생생한 사운드로 생중계해 관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롯데시네마와 CGV, 메가박스는 6월12일 그리스전, 6월17일 아르헨티나전, 6월23일 나이지리아전 등 대표팀 조별예선 경기를 모두 보여준다.

이 중 롯데시네마는 150여 개 스크린에서 경기를 중계한다. 50여 개 스크린에서는 3D 입체영상으로, 100여 개 스크린에서는 2D로 각각 감상할 수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경기도 실황 중계한 CGV는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경기를 3D와 2D로 13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메가박스 역시 월드컵 기간에 3D 상영관 24곳을 포함한 전국 123개 상영관에서 한국대표팀 경기를 중계한다.

◇월드컵 특수 노리는 출판계 = 출판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축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축구란 무엇인가', 익살스러운 캐리커처로 월드컵 역사와 전설적인 축구선수들을 보여주는 '월드컵 1930∼2010', 축구를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아프리카 소년들의 성장 소설 '푸른 축구공' 등 관련 서적이 잇따라 출간됐다.

남아공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남아공 무지개 나라를 가다', 남아공 여행 에세이 '스마일 남아공', 아프리카 여행과 원시부족들의 생활양식을 소개한 '남아공 내비게이션' 등 남아공 관련 서적도 월드컵 바람을 타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가이드북' '한 권으로 씹어먹는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등 남아공 월드컵 관전요령을 소개한 책자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박지성의 자전적 에세이집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월드컵을 앞두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출간된 박 선수의 에세이집은 지난주부터 교보문고 온ㆍ오프라인 종합베스트 5위에 올라 있으며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에서는 하루 최대 25-30부씩 팔려나가고 있다.

서점들도 일찌감치 월드컵 기획전 준비에 돌입했다.

교보문고는 다음 달 한 달 동안 전국 16개 전 매장에서 월드컵 행사를 열 예정이며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은 빠르면 다음주 주말부터 월드컵 관련 이벤트를 열고 축구공, 티셔츠 등을 사은품으로 나눠줄 계획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500명을 추첨해 붉은악마 티셔츠를 주고 동티모르판 '한국인 히딩크'의 감동 실화를 다룬 영화 '맨발의 꿈' 시사회에 200명을 초대할 예정이다.

◇월드컵은 패션 축제 = 패션업계는 월드컵 거리 응원 때 입는 붉은색 티셔츠 판매에 나서고 있다.

K리그 서포터즈 연합(KSU)과 함께 '헬로! 풋볼' 캠페인을 벌이는 패션그룹 형지는 월드컵 응원용으로 '올 더 레즈'(ALL THE REDS)라는 슬로건을 새긴 붉은 티셔츠와 응원 수건, 모자, 스카프 등을 출시했다.

형지의 브랜드 모델인 배용준과 박진희, 손예진, 송윤아, 이요원, 한채영, 이보영도 이 티셔츠를 입고 패션 화보를 찍는 등 '헬로! 풋볼'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의류업체인 예신그룹은 산하 캐주얼 브랜드인 마루와 베이직 플러스를 통해 응원문구가 프린트된 월드컵 티셔츠를 판매한다.

이번 월드컵이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해 아프리카를 콘셉트로 내세우는 것도 패션업계 월드컵 마케팅의 한 경향이다.

이른바 '아프리칸 룩'은 이국적인 감각의 프린트와 화려한 색상이 특징이다. 나뭇잎과 꽃무늬 패턴, 붉은색과 오렌지색 등의 원색 날염을 통해 열대의 분위기를 전하는 트로피컬 룩, 아프리카를 연상케 하는 패턴의 레깅스, 자연물을 모티브로 한 화려하고 굵은 액세서리도 아프리칸 룩을 내세우며 출시되고 있다.

◇'상생' 모색 공연계 = 공연계는 월드컵 기간 관객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야외 응원을 주최하거나 16강 진출시 티켓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상생'을 도모한다.

월드컵과의 '정면 승부'는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감안, 축구팬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유도하는 식으로 그 '후광'을 등에 업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전야제가 열리는 12일이 한국과 그리스 경기가 겹치는 바람에 고민 끝에 전야제 현장에서 야외 응원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개최할 전야제를 오후 6시로 앞당긴 뒤 잔디밭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관객과 함께 그리스전 단체 응원을 벌인다는 것이다.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올슉업'은 12일 그리스 경기를 피해가기 위해 오후 공연 시간을 앞당겼다. 오후 3시, 7시30분인 공연을 이날 하루만 각각 2시, 6시30분으로 변경하고 티켓 가격도 7만원인 S석을 3만원으로 할인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월드컵 레드 티켓'으로 공연을 본 관객에게 티켓 가격의 50%인 5만원을 현금으로 통장에 입금해준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다음달 12일, 17일, 22일 한국팀 예선 경기가 열리는 날 공연을 본 관객에게 골을 넣은 한국 선수의 등 번호에 비례해 현금을 되돌려주는 기발한 마케팅을 동원한다.

등 번호가 22번인 선수가 골을 넣으면 당일 '미스 사이공'을 본 관객에게 티켓 가격의 22%를 현금으로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수세에서 공세전환 박물관 = 과거 월드컵 기간에 관람객이 많이 줄어 애를 태운 박물관은 이번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리스전 경기가 열리는 12일 1천~2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박물관 '열린마당'에 스크린을 설치해 응원전을 펼친다. 흥겨운 응원이 될 수 있도록 전문 사회자와 가수도 초대하고 응원 도구도 제공한다.

또, 그리스 조각 작품들을 모은 특별전 '그리스의 신과 인간'과도 연계해 이날 특별전 표를 50% 할인해주는 등 방문한 관객들이 전시 관람과 응원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중앙박물관 측은 응원행사를 통해 엄숙한 유물 관람 공간으로만 여겨지는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응원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원망스런 미술계 = 화랑가에서는 가나아트갤러리가 '월드컵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가나아트갤러리는 SBS와 함께 12일 오후부터 한국의 첫 경기인 대(對) 그리스전을 서울역 앞의 서울스퀘어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방영하며 같은 시간 평창동의 가나아트센터 공연장에서는 응원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가나아트센터에서는 또 다음달 11일부터 7월4일까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만든 월드컵 공인구 세트가 전시된다. 이 갤러리 관계자는 "예술과 일상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음을 보여주는 토탈아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화랑은 한국팀 경기가 있는 17일과 23일을 피해 전시 오프닝 날짜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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