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개막 이전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라 출정식도 겸해 치러진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는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를 겨냥한 모의고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이번 경기 후 최종엔트리 23명을 추릴 작정이다.

한국-에콰도르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국내파 마지막 시험대
이번 에콰도르와 경기는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가려낼 마지막 시험 무대다.

허정무 감독은 에콰도르와 경기가 끝나면 예비 엔트리 30명 중 25∼26명의 선수를 추릴 생각이다.

최종 엔트리는 23명이지만 부상 등을 대비해 두세 명을 추가로 뽑아 일본 원정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등에 동행시킨다는 복안이다.

허정무 감독은 "에콰도르와 평가전은 국내파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해왔다.

한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유럽파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일본의 이근호(이와타)와 이정수(가시마), 중국의 안정환(다롄), 러시아의 김남일(톰 톰스크) 등은 리그 일정 때문에 대표팀 합류가 늦어 에콰도르와 경기는 어차피 국내파가 주축이 될 상황이었다.

허 감독의 해외파에 대한 신뢰를 고려하면 결국 예비 엔트리 중 최종 명단에서 탈락할 7명은 대부분 국내파가 될 것이 뻔하다.

이번 경기를 앞둔 K-리거들의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최종 엔트리의 윤곽은 잡혔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주인이 가려지지 않은 자리도 있다.

김정우(광주), 기성용(셀틱), 김남일을 제외한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와 조용형(제주), 이정수, 곽태휘(교토)를 뺀 중앙수비수 한 자리 등이 그것이다.

중앙 미드필더는 조원희(수원)와 신형민(포항), 구차절(제주)이, 중앙수비수에는 강민수(수원)와 김형일, 황재원(이상 포항)이 남아공행 티켓을 놓고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 마지막 수능을 치른다.

최종 엔트리 발탁이 유력한 선수들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월드컵은 참가만으로도 영광이겠지만 벤치만 지키다 돌아올 생각을 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주전 자리를 예약하려면 꾸준히 코치진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특히 박주영(AS모나코)의 투톱 파트너 자리를 놓고 이근호와 경쟁하는 이동국(전북)을 비롯해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자리 다툼을 벌일 오른쪽 윙백 오범석(울산) 등 해외파와 치열한 생존싸움을 하는 K-리거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해법 찾아라..에콰도르는 가상의 적
국제축구연맹 랭킹 36위(한국 47위)의 에콰도르는 한국의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를 겨냥한 가상의 적이다.

허정무 감독 등 대표팀 코치진은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끝나고 나서 강호 아르헨티나와 일전을 대비해 남미 팀과 평가전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했었다.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5위 우루과이까지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에콰도르는 6승5무7패(승점 23)로 6위를 차지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1무를 거둘 정도로 만만찮은 전력을 보였다.

2008년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치른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고, 지난해 6월 키토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는 월터 아요비와 파블로 팔라시오스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겨 아르헨티나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아르헨티나를 무릎 꿇렸던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는 해발 2천800m가 넘는 고지대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해발 1천753m의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맞대결한다.

태극전사들로서는 아르헨티나를 봉쇄했던 에콰도르 선수들의 전술적 움직임을 눈여겨 둘 필요가 있다.

이번에 방한한 에콰도르 대표팀은 자국 리그에서 뛰는 18명의 선수로 꾸려졌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는 안토니오 발렌시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활약했던 월드컵 남미 예선의 팀 내 최다 득점자(4골) 에디슨 멘데스(LDU 키토) 등은 빠졌다.

하지만 A매치 166경기를 치른 서른여섯 살의 베테랑 수비수 이반 우르타도(데포르티보 키토)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 빌라와 레딩에서 뛰었던 수비수 울리세스 데 라 크루스(LDU 키토), 독일 월드컵에서 골 맛을 본 스트라이커 이반 카비에데스(마카라) 등이 포함돼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한국은 에콰도르 대표팀과 1994년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친선경기 때 한 차례 맞붙어 1-2로 패했다.

◇해외파 컨디션.경기력 우려 씻을까
허 감독의 해외파에 대한 신뢰는 흔들림 없다.

허 감독이 정한 남아공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명 중 해외파는 12명이다.

일본 2부리그 오이타에서 뛰는 대표팀 막내 김보경 정도만 경계선에 서 있을 뿐 나머지 11명은 최종 엔트리 발탁이 유력하다.

하지만 현재 해외파, 특히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들의 몸 상태는 걱정스럽다.

한 시즌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한 유럽파들은 피로 누적, 부상 후유증 등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허 감독은 부상으로 재활훈련에 집중하는 박주영에 대해서는 "당장 뛸 수도 있지만 절대 무리시키지 않겠다"며 아예 에콰도르와 경기에는 출전시키지 않을 뜻을 밝혔다.

허 감독은 12일 대표팀에 합류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에게는 2박3일짜리 휴가를 주며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행히 이들은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왔다.

허 감독도 박지성과 이청용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치러지는 에콰도르와 평가전에 짧은 시간이나마 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벤치만 지키다 돌아온 미드필더 기성용과 부상 여파로 역시 결장이 길었던 수비수 차두리가 얼마만큼 빠르게 경기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대표팀으로서도 중요한 일이다.

기성용은 감독 경질 후 3월 말부터 정규리그 8경기 연속 결장하고서, 시즌 최종전을 남겨둔 채 귀국해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걱정을 사고 있다.

차두리 역시 3월 초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을 다친 뒤로 9경기 연속 결장한 채 시즌을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