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국내 리그 최고의 골잡이 이동국(31.전북)의 통쾌한 발리슛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이동국은 30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월드컵 예비대표 30인의 명단에 공격수로서 이름을 올렸다.

그간 월드컵에서 겪었던 수차례 비운을 잊고 국내 리그 전용이라는 `반쪽 선수' 꼬리표를 뗄 날이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동국은 1998년 6월 21일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3으로 뒤지던 후반 32분에 교체 투입돼 과감하게 중거리슛을 한번 때린 게 월드컵 경험의 전부다.

기대주로 촉망받았고 최전방 간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뒤로 두 차례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동국을 대표팀에서 배제했다.

최전방에서도 상대팀 공격수를 압박하는 체력과 부지런함으 요구하는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이 `그라운드에서 어슬렁거린다'는 혹평을 내렸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서 `1호 골잡이'로 낙점됐으나 예상치 않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최종 명단 발표를 한달여 앞둔 4월 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경기에서 후반 39분 질주 중 방향을 바꾸다가 무릎 인대를 크게 다쳤다.

전매특허인 왼발 발리슛으로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날 다쳐서 수술대에 오른 이동국은 또 한번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는 불운에 울었다.

올해 월드컵에서도 대표팀 승선이 불투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 리그에서 기량을 뽐내는 박주영(AS모나코)과 그와 월드컵 예선에서 더 자주 호흡해온 일본 리그의 이근호(이와타)가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선입견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뒤늦게 합류 여부가 타진되는 안정환(다롄 스더)과 월드컵 출전을 위해 유럽에서 돌아온 설기현(포항), 최전방 활약도 가능한 염기훈(수원)도 이동국의 입지를 좁히는 형국이었다.

이동국이 일단 30인 명단에 오른 것은 허 감독의 우려를 털어내는 데 일부 성공한 것이란 게 다수 관측이다.

이동국에 대한 허 감독의 불만은 체격과 힘은 좋지만 미드필드진과 유기적 플레이를 완성하기에 굼뜨다는 점이다.

제공력과 묵직한 슈팅의 위협감을 살리면서도 적극적 몸싸움과 공간 창출로 해외파 주축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청용(볼턴) 등이 활개치도록 도와야 하지만 미드필더들에게서 기회를 얻는 데만 익숙하다는 것.
이동국은 대표팀 해외 동계훈련에서 이런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2월 동아시아대회와 3월 1일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골맛을 보면서 조금씩 허 감독의 불만을 누그려뜨렸다.

올 시즌 K-리그 경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동 반경을 의도적으로 넓히면서 월드컵 출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