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은 없었다. 비결은 역시 '펀더멘털(기본)'이었다.

세계 골프계의 이목은 성추문 이후 투어에 복귀한 타이거 우즈(35),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필 미켈슨(39 · 이상 미국)의 '라이벌 대결'에 쏠려 있다. 그런데 실상 이 두 선수보다 더 알차고 오롯한 투어프로가 있다. 톰 왓슨(61 · 미국)이다.

왓슨은 브리티시오픈 다섯 차례 우승을 포함,메이저대회에서만 8승을 올렸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는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달성을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고,올해 마스터스에서는 첫날 두 번째로 좋은 67타를 친 끝에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28년 전인 1982년 US오픈에서 17번홀 '칩 인 버디'로 잭 니클로스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던 그는 올해 US오픈에도 특별초청을 받았다. 주최 측에서는 그가 아직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아들뻘 되는 젊은 선수들과 메이저대회 우승을 다투는 그의 비결을 궁금해하는 골퍼들이 많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왓슨은 클럽챔피언을 지낸 아버지한테서 골프를 배웠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두 가지 펀더멘털을 가르쳤다. 그립과 스탠스다. 이 두 가지 기본을 철저히 지킨 것이 바로 왓슨의 경쟁력이다"라고 전했다.

그립은 클럽을 어떻게 쥐느냐이고,스탠스는 볼에 어떻게 다가서느냐다. 왓슨이 그립에서 강조하는 것은 왼손 마지막 세 손가락으로 클럽을 쥐되 새끼손가락에 더 힘을 주라는 것,수직으로 세워 들었을 때 클럽이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세기로 잡으라는 것,비가 올 때는 그립을 0.5~1인치 짧게 쥐라는 것 등이다. 스탠스는 기본적으로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발 안쪽에 체중이 균등히 배분되도록 하며,양 발가락은 약간 바깥을 향해야 한다. 왓슨은 특히 쇼트샷을 할 때 골퍼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목표까지 40야드 이내 샷을 할 경우 스탠스를 오픈하는 것은 좋은데,어깨와 힙까지 오픈하는 골퍼들이 많다. 그런 자세로는 어떤 샷이 나올 지 예상할 수 없다. 스탠스만 열고 어깨와 힙은 목표라인과 평행하게 하라."

왓슨은 어려서 아버지한테 이 두 가지를 배운 뒤 주니어 및 대학 시절,그리고 프로로 전향해서는 잭 니클로스,바이런 넬슨,리 트레비노 등으로부터도 레슨을 받았다. 최근엔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부치 하먼한테도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 왓슨이 세계적 프로골퍼나 교습가들한테서 지도받은 내용 역시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과 같았다. '기본을 중시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니클로스와 함께 많은 클리닉을 했다. 그는 항상 '골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그립과 셋업이다'라고 강조했다. 나 역시 '당신이 그립과 셋업을 적절하게 하지 않으면 당신을 최고의 골퍼로 키울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 왓슨의 말이다. 왓슨은 이어 "그 두 가지가 잘 됐을 때 임팩트존에서 클럽헤드가 볼에 스퀘어(직각)로 접근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왓슨의 아버지는 아들이 15세 때 아널드 파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내 아들이 더 훌륭한 선수가 되는 길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가능하면 많은 대회에 나가 플레이하도록 하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AP통신은 이와 관련,"왓슨이 시니어 · 정규투어를 왕래하며 노익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경쟁 능력 때문이다. 왓슨은 지금 파워와 일관성을 보증하는 퍼펙트 스윙을 구사한다. 60대가 지나서도 60타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고 평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