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장거리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승훈은 지난달 10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세웠던 한국기록(13분21초04)을 불과 45일 만에 21초49나 단축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믿어지지 않는 레이스였다.

16명의 참가선수 중 5조 인코스에 편성돼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네덜란드)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7년 묵은 올림픽기록(12분58초92)을 0.37초 앞당기는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레이스를 마친 이승훈은 남은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마지막 주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의 레이스만 남은 상황.하지만 크라머는 믿어지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여덟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코너로 진입할 때 아웃코스로 나가려다 그의 코치가 황급하게 외치는 지시를 듣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인코스로 진입했다. 그러나 원래 들어가야 했던 자리는 아웃코스였기 때문에 인코스를 두 번 탄 크라머는 실격처리됐다. 크라머는 실격으로 금메달을 놓치자 선글래스를 집어던지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심판진의 결정은 명확했다.

경기 후 크라머의 코치 게라드 켐케스는 "모두 내 실수이고 책임이다. 내 인생 가장 나쁜 일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고 시인했다. 크라머는 2006년 토리노대회 때도 팀 추월 경기(준결승)에서 레인 마크를 건드려 실격됐던 전례가 있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