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동갑내기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에서 동반 금메달을 따낸 원동력은 '리듬감'과 '체력'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일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빙속 대표팀이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모태범은 출발 신호가 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반응시간(0.23초)과 준비자세에서 왼발을 내디뎌 착지할 때까지 걸린 왼발착지시간(0.50초)에서 실험에 응한 5명의 선수 가운데 두 번째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모태범이 빠른 발동작까지 겸비해 스타트 때 일찍 앞으로 뛰쳐나가고 몸의 중심을 이동할 때 리듬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낮은 속도에서는 중심 이동이 쉽지만 속도가 붙으면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태범은 가속 상황에서도 중심 이동 동작이 리듬감 있게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막판 스퍼트에서 샤니 데이비스(28.미국)에 뒤져 1,000m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모태범은 장기를 최대한 살려 초반부터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상화는 근력과 지구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윤성원 박사가 실시한 연구 결과 빙면을 미는 힘을 뜻하는 '신근력'에서 이상화는 오른발이 268%, 왼발이 277%로 나타나 파워가 폭발적이고 두 다리에 힘의 균형이 잡힌 것으로 분석됐다.

윤 박사는 '여자 선수의 신근력이 1㎏당 250% 이상이면 우수한 선수로 평가한다.

280%가 넘으면 매우 우수한 선수'라고 밝혔다.

'꿀벅지', '금벅지'로 불릴 만큼 탄탄한 허벅지를 지닌 이상화는 균형잡힌 근력을 앞세워 얼음판을 지치고 나갈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2007년 1월 체중당 최고 파워에서 7.08을 기록했던 이상화는 2008년 7.75에 이어 지난해 5월에는 7.98까지 힘을 끌어올렸다.

육상 여자 허들 선수인 이연경(29.안양시청)의 체중당 최고 파워(7.85)보다 높다.

또 체중당 평균 파워도 6.09에서 6.95까지 올리는 등 이상화의 스타트 속도(최고파워)와 지구력(평균파워)이 동시에 급상승, 전문 체력도 좋아지고 기록도 단축하게 됐다고 윤 박사는 진단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은 그밖에 한국 빙상의 성공 비결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공적인 접목, 강도 높은 체력 강화 훈련 등을 꼽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