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여자 쇼트트랙은 '500m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한국은 명실공히 쇼트트랙 강국이지만 1992년 알베르빌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1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은별(19 · 연수여고)은 준결승전 진출에 그쳤고 박승희(17 · 광문고),조해리(24 · 용인시청)는 8강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의 김소희와 1998년 나가노대회의 전이경이 딴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남자도 릴레함메르대회에서 채지훈이 금메달을 딴 이후 16년 동안 500m에서 금메달 소식이 없다.

500m는 스타트가 중요하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아펙스존(출발 이후 첫 코너링의 반 바퀴까지 구간)을 지나면서 형성되는 순위가 메달 색깔을 좌우한다. 다른 종목보다 초반 순발력이 강조되는 것.이번 대회에서도 왕멍(중국)이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뒤 순위를 유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순간파워보다 근지구력이 강하다. 게다가 힘보다 기술과 작전을 중시하는 팀 컬러다. 한국선수가 개발한 '호리병 곡선주법''외발주법''바깥돌기' 등은 모두 중 · 장거리용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는 3000m 개인 종목이 있지만 올림픽에는 1500m까지만 있다.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다.

사실 이런 결과는 '선택과 집중'의 산물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팀은 500m 준비도 철저히 했지만 훈련의 무게 중심은 중 · 장거리였다. 이윤숙 대한빙상연맹 쇼트트랙 부문 경기 이사는 "단거리는 500m 하나뿐이지만 중 · 장거리에 걸린 금메달은 6개나 된다"며 "메달이 더 많이 걸린 중 · 장거리 준비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5일 열리는 남자부 500m 경기는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성시백 곽윤기는 초반 스피드가 빠르고 막판 추월 능력이 강해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한국남자팀은 18일 열린 5000m 계주에서 조 1위로 예선을 통과, 27일 금메달을 노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