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의 기세를 이어받아 여자 쇼트트랙에서도 '깜짝 메달'을 노린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500m 메달에 도전한다.

조해리(24.고양시청), 박승희(18.광문고), 이은별(19.연수여고) 등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18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리는 500m 경기에 나선다.

객관적으로 메달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전통적으로 1,000m와 1,500m, 여자 3,000m계주와 남자 5,000m계주 등 중.장거리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며 메달을 휩쓸어 왔지만, 유독 500m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여자 500m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전이경이 동메달을 딴 게 처음이자 마지막 메달일 정도로 한국의 취약 종목이다.

게다가 이번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더욱 전망이 어둡다.

대회 직전 AP통신이 발표한 여자 500m 메달 후보에 한국 선수들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을 치르면서 실력이 급상승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다.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에서 모태범(21)과 이상화(21.이상 한국체대)이 연달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따낸 가운데 마찬가지로 '깜짝 메달'을 목에 걸어 효자 종목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각오다.

모태범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부담을 덜고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이 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 최강 스케이터로 꼽히는 왕멍(중국)을 넘어야 한다.

왕멍은 2008년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왕멍은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m 종목에서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금메달 보증 수표'다.

순발력을 앞세운 빠른 스타트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500m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왕멍에 맞서 체력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복안이다.

여자 대표팀을 지도하는 최광복 코치는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루에 2~3일치 훈련을 소화시킬 정도로 체력 훈련을 강화했다.

대회 때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왕멍(중국)을 비롯한 강호들을 체력적으로 압박한다면 그들도 긴장할 수 있다.

또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예상보다 더 빨리 움직인다면 상대 작전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작전을 설명한 바 있다.

한국 쇼트트랙이 왕멍을 넘어 여자 500m에서도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친다면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에 도전하는 한국의 발걸음도 더욱 가벼워질 전망이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