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되면 대표팀 재발탁되고 싶다"

14일 열린 2010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기분 좋은 귀국길에 오를 선수는 단연 `젊은 공격수' 이승렬(21.서울)을 꼽을 수 있다.

이승렬은 7일 홍콩과 첫 경기에서 전반 36분 4-0을 만드는 득점포로 A매치 세 번째 출전 만에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기세가 오른 이승렬은 이에 그치지 않고 14일 숙적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는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의 주인공까지 됐다.

1-1로 맞서던 전반 38분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2-1을 만들어 축구 팬들은 물론 허정무 대표팀 감독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승렬은 당시 상황에 대해 "볼을 잡는 순간 골키퍼 나라자키의 위치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때렸는데 운이 좋아서 골이 됐다"고 말했다.

귀엽게 생긴 얼굴 생김새와는 달리 182㎝의 건장한 체격에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이승렬은 신갈고를 나와 2007년 FC서울에 입단했다.

프로 첫해인 2008년에 5골, 도움 1개로 신인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5골 포함해 7골을 몰아치며 신예들이 흔히 겪는 `2년차 징크스'도 가볍게 딛고 일어섰다.

또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청소년 대표팀의 8강 진출에 힘을 보태 큰 경기 경험도 쌓았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는 좋은 인연도 있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 가능성도 있다.

허 감독이 총감독을 맡아 유소년 육성에 공을 들였던 용인 축구센터 출신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프로축구 AS모나코에서 연일 좋은 활약을 펼치는 박주영(25)을 제외하면 아직 확실히 주전 자리를 꿰찬 공격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승렬의 해결사 능력은 충분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A매치 5경기 출전에 두 골을 넣으며 대성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승렬은 "주전 경쟁에서 이긴다는 생각 자체는 하지 않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대표팀에 재발탁되고 싶어서 소속팀으로 돌아가 열심히 준비하면서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쟁자이자 스트라이커 고참인 이동국(31.전북)은 "이승렬은 패기가 넘치고 승부욕이 매우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 중에 호흡을 맞추려고 대화를 많이 했는데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을 7년 만에 물리치는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며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인 이승렬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남아공에서도 활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한편 이승렬은 이날 역전골을 터진 뒤 연출된 `세배 세리머니'는 자신이 갑자기 기획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세리머니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는데 골을 넣고 나니가 퍼뜩 생각이 나서 형들에게 세배 드리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도쿄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