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P통신이 이정수(21.단국대)를 쇼트트랙 3관왕 후보로 꼽자 쇼트트랙을 웬만큼 아는 사람들이라도 고개를 갸웃했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이호석(24.고양시청)이 맏형으로서 든든히 자리를 지킨 상황에서 이정수를 금메달 후보로 지목한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정수 역시 AP통신이 자신을 금메달 후보로 지목한 것을 놓고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정수는 마음속에 '금메달의 꿈'을 꾸준히 키워왔고, 마침내 실전에서 실력으로서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았다.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치러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 나선 이정수는 2분17초611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2분17초976)를 제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의 올림픽 데뷔 무대를 금빛으로 물들이며 한국 선수단에 1호 금메달을 안긴 이정수는 주니어 시절부터 꾸준히 실력을 다져왔다.

이정수가 쇼트트랙 유망주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부터다.

주니어 대표팀의 에이스로 나선 이정수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면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3관왕에 오른 이정수는 2008년 자신의 마지막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500m 금메달을 따내면 전천후 선수로서 인정을 받았다.

2008년 대표선발전에서 남자부 4위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이정수는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 1,500m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맛봤다.

특히 안현수(성남시청)가 무릎을 다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정수는 대표팀 세대교체의 듬직한 재목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해 생애 첫 올림픽 참가의 꿈을 실현했다.

더구나 월드컵 시리즈에서 '맏형' 이호석(고양시청)이 발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자 성시백과 함께 이호석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메웠고,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한국 선수단 1호 금메달의 영광을 맛봤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